미래에셋-네이버, 승차공유 그랩에 1,700억 투자

"국내선 규제에 성장판 막혀"
해외 스타트업 투자 잇달아


전략적 제휴 관계인 미래에셋금융그룹과 네이버가 동남아시아 라이드셰어링(승차공유) 시장 1위 업체인 싱가포르 ‘그랩’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 4월 중국 ‘디디추싱’에 2,800억원을 공동출자한 뒤 두 번째 해외 모빌리티(운송수단) 산업 투자다. 국내 승차공유 산업이 규제에 막혀 지지부진한 까닭에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국내도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2일 사업 제휴로 조성된 ‘아시아그로스펀드’를 통해 그랩에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랩은 동남아 8개국 500개 도시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주주로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래에셋·네이버가 공동투자했던 중국 디디추싱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로 그랩 투자에 참여한 국내 대기업은 현대자동차와 SK(034730)㈜를 포함해 4곳으로 늘었고 누적금액은 2,5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모빌리티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뚜렷한 성장세를 확인해서다. 중국 1위 승차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은 기업가치가 최대 800억달러(약 90조원)로 평가된다. 그랩 역시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까지 기업가치가 올라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카카오(035720)의 교통서비스 전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가치를 1조6,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4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규제 탓에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혼잡 지역·시간대에도 100%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즉시 배차(5,000원)’ 등 유료 모델 도입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반대로 좌초됐으며 출퇴근 시간 승용차 동승 서비스인 ‘카풀’ 출시 논의도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할 동력이 상실된 셈이다.

규제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던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풀러스’는 경영난에 허덕이며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출퇴근 공유 버스를 운행했던 ‘모두의셔틀’은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단속 방침에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리는 등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판이 아예 닫히는 분위기다. 국내 승차공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에 투자하려는 대기업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각종 규제에 따른 갈등이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관심을 거둔 상태”라며 “불합리한 규제는 하루빨리 걷어내 국내도 투자를 유치하고 이에 따른 고용과 신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민구·박시진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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