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가 ‘Q’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윌크스배리=AF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가 ‘Q’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윌크스배리=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Q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 집회에 이같은 의문의 문구가 적힌 셔츠를 착용하거나 패널을 든 참가자가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후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장에서도 한 ‘Q’ 모양의 피켓을 든 지지자가 목격됐다. 이처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집회에서 자주 Q가 등장하자 미 사회에선 Q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Q는 최근 미국 극우세력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음모론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Q는 2017년 10월 한 극우 성향의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첫 글을 올리며 존재를 드러냈다. Q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이 자신이 최상급의 비밀정보사용허가권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범죄 음모론을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게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부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각 정당을 언급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음모론 가운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이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며,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하에 클린턴 전 장관과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캠프 선거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 등 민주당 고위 인사들을 수사 중이라는 내용도 있다.
언뜻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나열 같은 이 글은 그러나 큰 관심을 끌며 추종자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Q에 관한 한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 수가 20만회에 이르고 에미상을 받은 시트콤 스타인 로잔느 바나, 보스턴 레드삭스 선발투수였던 커트 실링 등 유명 인사까지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Q의 추종자임을 공언했다.
문제는 Q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며 추종자들이 인터넷을 떠나 현실에도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Q가 민주당원의 범죄행위를 파헤친 법무부 보고서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 이후인 지난 6월 한 남성이 무기를 소지한 채 장갑차를 몰아 후버댐 인근 고속도로 가로막고는 법무부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다. 또 4월에는 추종자들이 워싱턴DC의 거리를 점거하고 법무부의 답변을 촉구했다. 지난 달 31일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유세 집회에 ‘Q’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출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