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 하반기 은행 펀드 판매 채널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다. 아울러 이르면 이달 중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에 대한 현장점검도 펼칠 계획이어서 시중은행 자산관리(WM)센터에 불완전판매 점검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감원 3대 혁신 태스크포스(TF) 권고안 추진 실적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 비리 사태 후 △금융감독 검사제재 혁신 TF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 TF △인사·조직문화 혁신 TF를 운영해 내부 쇄신안을 마련했으며 이후 추진과제별로 소관 부서를 지정해 혁신 작업을 진행해왔다.
먼저 금감원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미스터리 쇼핑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스터리 쇼핑은 금감원 암행 점검단이 일반 소비자인 것처럼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해 상품 실태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진웅섭 전 원장 취임 이후 미스터리 쇼핑을 최소화하는 한편 결과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올 하반기부터는 점검 대상을 늘리고 금융회사별 점검 결과도 공표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적 사항이 나온 점포는 공개하지 않되 금융회사별 종합 점수는 발표할 예정”이라며 “중소 금융회사들이 대형사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소비자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를 공개해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경쟁이 벌어진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하반기 중 보험사와 은행 펀드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미스터리 쇼핑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의 경우 최근 비(非)이자 수익 확대를 위해 WM센터에서 영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완전판매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지난 2016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되자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은행들이 WM센터에 세무·부동산 분야 전문가들을 늘리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며 “펀드 판매 외에도 어떤 분야에서 지적 사항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 적극적인 영업 확대에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가 48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나 늘어난 것과 관련해 조만간 불완전판매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위험성과 상품의 특징을 제대로 투자자에게 고지하고 판매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 유형에 준법교육 및 취업금지 명령제도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지적 사항이 발견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 주의·경고·면직 등의 징벌적 제재를 가해왔으나 앞으로는 경미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개별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대신 준법교육 이수시 제재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고의적 금융사고 등 중대한 위법 행위를 한 임직원과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금융회사 취업을 금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3대 혁신 TF에서 도출된 177개 과제에서 올 상반기 현재 87개 과제가 이행됐으며 연내 74개 과제를 추가 이행하고 법 개정 등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꾸준히 이행 노력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