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중국-대만) 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본토와 대만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뚫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135㎞의 세계 최장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기술적 어려움 외에 양안 문제의 민감한 정치적 변수가 산적한 가운데 이 계획의 현실화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중국 본토와 대만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구상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 산하기관인 중국공정원의 지원을 받은 연구팀이 구체적인 설계안을 만들어 당국에 제출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지난해 완성해 내놓은 설계안에 따르면 터널은 중국 남부 푸젠성 핑탄현에서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 신주시로 연결되며 총연장은 135㎞에 달한다. 핑탄은 대만과의 교류 강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중국 정부가 시범 자유무역지대로 선정한 곳이며 신주시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중국 본토 쪽에 가까운 해안도시다.
터널은 반대 방향으로 시속 250㎞의 열차가 다니는 터널 2개와 함께 전력선·통신케이블·비상통로 등을 포함한 터널 1개 등 총 3개의 별도 터널로 구성된다. 메인 해저터널과 함께 핑탄현에서 푸칭시를 잇는 길이 11㎞의 해저 자동차 터널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터널이 완성되면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길이 37.9㎞ ‘영불해협 터널’의 3배가 넘는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라는 기록을 세우지만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 행정부 출범 이후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성사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이미 2016년 5개년계획(2016~2020) 발표 당시 양안 간 해저터널을 오는 2030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적 어려움 외에 정치적 변수도 많아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해왔다. 자오젠 중국교통대 교수는 “대만과 초보적인 수준의 합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건설을 강행하면 대만의 반중국 정서는 더욱 커지고 양안 간 갈등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해저터널 구상 구간이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고 지진단층이 2개 있어 프로젝트 완공은 2030년이 아닌 2050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집권 2기에 접어든 시진핑 지도부가 양안 문제 해결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는데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상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큰 만큼 중국 지도부가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강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저허화 상하이 퉁지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대만과의 통일을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방적으로 대만해협 터널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