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학술단체들 "수능 영어 절대평가, 학교 영어교육 부실화 초래"

영어 학술단체 24개 입장문 발표
"기초과목 중 영어만…사교육비도 안줄어"

영어 관련 학회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절대평가에 대해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화를 낳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영어교육학회 등 영어 관련 학술단체 24개가 연합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6일 입장문을 내고 “2022년 대입 이후에도 다른 과목과는 별도로 절대평가가 영어에만 적용될 경우 초래하게 될 심중한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수능 절대평가제도가 도입됐는데 현재 같은 기초과목 군에 속하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 영어만 절대평가가 시행되고 있다”며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라는 근본 취지가 무색하게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화를 낳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결정과 시행 이후 사교육의 과목이 달라졌을 뿐 전체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영어 절대평가 시행 전인 2016년 25만6,000원에서 절대평가가 첫 시행된 2017년 27만1,000원으로 5.9% 올랐다.

이들은 또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발표와 시행 이후 학교 영어교육 위축은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영어 절대평가가 결정된 2015년 이후 공립 중등 영어교사 임용 비율이 다른 과목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각 시도교육청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 분석에 따르면 영어 교사 채용은 2014년 672명이었지만 올해는 249명으로 2014년의 37.1%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어(59.9%), 수학(56.8%)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교육과정 상으로 영어는 국어, 수학과 함께 기초과목으로 분류돼 있으나 다른 기초과목과의 대입평가 방식 차이로 학교 영어교육의 위축과 기초학력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러한 불균형은 선택 중싱믜 현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로 학교 교육을 통해서만 영어를 익혀야 하는 많은 학생들이 감수하게 될 영어격차의 장벽은 진정한 사회통합의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름뿐인 절대평가 대신 명실상부한 절대평가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의 준거설정의 정교화, 교육과정과 연계된 문항 개발 등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며 “동일 기초과목 중 영어만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기초학력 균형과 국가 경쟁력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동일 기초과목군의 수능평가는 반드시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어만의 절대평가로 학교 영어교육 위축과 기초학력의 불균형, 국가 경쟁력 기반 약화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며 “늦어도 2022학년도부터는 학교 영어교육이 다시 견고하게 구축될 수 있을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8일 교육부를 방문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서를 통해 협의회 입장을 재차 밝힐 계획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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