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亞 덮친 폭염에 가격 껑충...밀가루 대란 오나

40도 육박 고온에 생산량 급감
선물가격 3년만에 최고치 찍어
英선 축산농가 소 조기 도축까지
"비축량 5년만에 감소" 전망 속
"미국산은 반사이익 볼것" 분석도


지난 1일(현지시간) 말을 탄 청년이 독일의 남부에 위치한 푸크하임시의 한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푸크하임=AFP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각지를 덮친 역대 최악의 불볕더위로 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밀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밀 비축량이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설 것이라며 급등하는 밀가루 가격이 하반기 전 세계 식탁 물가를 위협하는 ‘밀가루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4월물 선물가격은 3년 만의 최고치인 5,000부셸(1부셸=27.2㎏)당 582.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 초에 비해 29.86%나 치솟은 가격이다. 유럽 밀 가격은 4년 만에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거래되는 제분밀 가격은 올 들어서만도 33%나 치솟았다.


수년간 공급과잉 상태였던 밀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부터 호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다. 지난달 유럽 지역의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3.8~5.5도나 높았다. 남유럽 지역의 기온은 이번주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베이징도 6월 반세기 만에 최고온도를 나타냈다. WSJ는 “40년 만의 폭염을 겪고 있는 영국에서는 밀 가격이 폭등해 축산농가가 소를 조기 도축하고 있다”며 “보통 겨울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던 건초를 가축에게 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과 가뭄이 유럽을 비롯해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흑해 연안국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주요 밀 생산지를 뒤덮으면서 밀 생산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제곡물이사회(IGC)는 2018~2019년 세계 밀 생산량이 5% 감소한 7억2,100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 유럽 지역의 밀 생산량 전망치를 1억4,830만톤에서 1억4,000만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 농무부 역시 올해 세계 밀 비축량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의 농산물 전략가인 트레이시 앨런은 “건조한 날씨는 생산량이 급감시킨다”며 “흑해 주변국에서 밀 재고가 급격히 소진되는 것과 유럽의 건조한 기후가 복합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당한 미국 농가가 밀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산 밀이 기후 요인으로 생산감소에 시달리는 사이 극심한 폭염을 피한 덕에 올해도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미국산 밀은 수출을 늘어나면서 글로벌 가격 폭등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리서치 업체 애그리소스의 벤 버크너는 “미국 농민들은 (글로벌 밀 가격 상승에 따른) 기회의 정도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규모는 매우 클 것”이라며 “11월께가 되면 (미국 내 밀 가격이 더 올라) 농민들의 기회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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