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름해지려다 주걱턱 된 얼굴...티타늄 보형물로 되살린다

서울대치과병원 최진영 교수
아래턱뼈 복원수술법 첫 개발
수술 전후 CT사진 하나로 포개
복원용 티타늄 보형물 제작해 이식

최진영 서울대치과병원 교수가 과도하게 잘려나간 아래턱뼈와 얼굴 윤곽을 복원하기 위해 컴퓨터로 설계한 티타늄 보형물(하늘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헝물은 아래잇몸 신경이 지나가는 곳을 피해 미니 나사로 아래턱뼈에 고정한다. /사진제공=서울대치과병원

동남아계 외국인 남성 A(20)씨는 1년 전 한국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얼굴윤곽성형술)을 받았다. 자신의 얼굴이 갸름해졌으면 하는 희망에서다. 잇몸 맨 아래쪽을 째고 귀밑 아래턱뼈(하악골) 라인이 좀 더 완만해지도록 모서리 부분 등을 잘라냈다. 사각턱 수술 등을 할 때 주로 깎아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원했던 것보다 턱선이 너무 길고 뾰족해 보였다. 의사가 귀밑 아래턱뼈의 모서리 부분인 하악각(下顎角)을 너무 많이 잘라 내 하악각 안쪽(얼굴쪽) 각도가 수술 전 약 120도에서 140도 이상으로 커졌다. A씨는 원래 상태로의 복원을 원했다. 하지만 의사는 “잘라낸 턱뼈가 하악각에서 턱끝까지 너무 광범위해 복원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귀 밑 아래턱뼈 모서리(하악각) 부분을 과도하게 깎아 주걱턱이 된 A씨의 턱선(왼쪽)과 티타늄 보형물로 원래 모습을 복원한 후의 모습(오른쪽). /사진제공=서울대치과병원

A씨는 낙담했지만 뭔가 해결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여러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최진영 교수를 찾았다. 최 교수는 윤곽수술 전과 후에 찍은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3D CT) 사진을 하나로 포개어 과도하게 잘려나간 아래턱뼈의 원래 형태를 파악하고 얼굴의 좌우대칭까지 고려한 복원용 ‘티타늄 보형물’을 제작했다. 보형물 이식은 윤곽성형술 때와 마찬가지로 잇몸 맨 아래쪽을 째고 시행됐다. A씨는 최 교수가 처음 개발한 아래턱뼈 복원수술법 덕분에 예전의 얼굴 윤곽을 회복했고 만족해서 자국으로 돌아갔다.

최 교수는 복원용 보형물의 크기가 커서 수술 편의성, 신경손상 방지 등을 위해 2개 부분으로 나눠 제작·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형물을 아래턱뼈에 고정하는 미니 나사 구멍이 CT 사진에 보이는 아래잇몸(하치조) 신경관을 피해가도록 컴퓨터 지원 설계·제작(CAD/CAM) 기술을 동원했다.

귀 밑 아래턱뼈의 모서리(하악각·회색) 부분을 너무 많이 잘라내 턱선이 너무 가팔라지고 아래잇몸 신경관이 끊어져 아래 치아·입술에 감각이상이 생긴 환자의 턱뼈 사진. /사진제공=최진영 교수

최 교수는 “턱선이 부드러워야 보기에 좋은데 경험이 부족한 의사가 수술을 하다 보면 하악각 등 아래턱뼈를 너무 많이 잘라 내 턱선이 너무 가파르거나 울퉁불퉁해져 재수술을 희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복원수술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아래턱뼈에는 아래 입술과 치아의 감각을 담당하는 아래 잇몸 신경이 지나가는데 사람마다 위치가 조금씩 달라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윤곽성형술로 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이상이 나타난다.


최 교수는 “메드포어(Medpor) 같은 다공성 폴리에틸렌, 실리콘 같은 인공성형물질로 보형물을 만들 경우 장기적인 생체적합성 등이 떨어지고 잘려나간 턱뼈에 정확히 고정시키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수술 결과를 국제두개안면외과학회지(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에 발표했다.

최 교수는 광대뼈축소술 후 발생한 합병증을 치료하는 재수술도 한다,

한국인의 얼굴은 서양인에 비해 앞뒤로 납작하고 좌우로 넓어 평면적이다. 광대뼈가 돌출돼 있으면 이러한 느낌이 더욱 강조되고 인상이 강해 보인다. 그래서 광대뼈축소술을 통해 얼굴의 폭을 좁혀주면 갸름한 얼굴선을 만들 수 있다. 광대뼈축소술은 사각턱 수술과 함께 안면윤곽수술의 양대 축. 보통 입안이나 귀 앞을 1㎝쯤 째고 옆으로 튀어나온 광대뼈는 깎아내며 뒤로 튀어나온 뼈는 일부를 잘라내고 앞광대뼈쪽으로 당긴다. 사각턱 수술로 턱이 갸름해지면 광대가 넓어 보일 수 있어 광대뼈 수술을 함께 받기도 한다.

*그림제공=최진영 교수

광대뼈축소술 후 가장 흔한 합병증은 뒤로 튀어나온 광대뼈의 일부를 잘라내고 좌우 뼈를 끌어당긴 뒤 양쪽 뼈 가운데 지점에 티타늄 고정판을 대고 나사로 고정하는 작업을 생략하거나 부적절한 위치에 고정해서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이어붙인 두 뼈가 잘 유합(아물어 붙음)되지 않아 입을 움직이거나 음식을 먹을 때 수술 부위가 불편하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볼 처짐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여닫이 문을 달 때 경첩을 달고 못을 막는 위치가 잘못되면 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좌우 광대뼈의 축소 양이 달라 좌우 비대칭이 되고 교정의 정도가 과하거나 부족한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입안이나 귀 앞을 조금만 째고 수술을 하다 보니 경험이 적은 의사는 광대뼈 일부를 잘라낸 뒤 좌우 뼈를 끌어당겨 가운데 지점을 고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재수술은 유합되지 않은 광대뼈를 재고정하고 필요한 경우 뼈이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재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20대가 많은데 대부분 싼 수술비, 홈페이지·소셜네트워크(SNS) 상의 수술 전후 비교사진과 광고성 댓글에 현혹돼 혼자서 (윤곽수술을 잘못 한) 성형외과를 선택한 경우”라며 “경험이 풍부한 의사와 의료기관을 알아보고 부모와 함께 결정하는 게 잘못된 선택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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