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본다<상>] 韓, 24개국에만 상주공관...외교 지원은 척박

주세네갈 대사관 6개국 업무 관할하기도
외교관은 '험지' 기피, 교민은 '안돌본다' 불만
일본·중국에만 공관 둔 아프리카 국가 다수

한반도에 폭염이 덮치면 어김없이 유행하는 말이 있다. ‘서프리카’ ‘대프리카’ ‘부프리카’ 등이다. 서울·대구·부산 등지의 더위가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의미를 담은 합성어다. 하지만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39도를 오르내릴 때 아프리카 대륙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나 케냐 나이로비는 20도를 밑돈다. 르완다 키갈리, 나이지리아 아부자, 우간다 캄팔라 등지에서도 한낮에 30도를 넘지 않는다. 이집트 사막지대 근처에나 간다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접할 수 있다. 동서남북 위도와 경도 차가 크고 해발고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미국과 중국·인도·서유럽·일본·멕시코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도 더 넓은 대륙이다. 또 한국과 꽤 멀리 떨어진 곳 같지만 인천~아디스아바바 노선의 비행시간은 12시간이다. 뉴욕 노선보다 2시간이 짧다.


일반인들의 관심뿐 아니라 대아프리카 외교 현실도 척박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아프리카연합 55개국 중 서사하라를 제외한 54개국과 수교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우리나라의 상주공관이 있는 국가는 24개국에 불과하다. 상주공관이 없는 곳은 인접국 공관이 겸임한다. 주세네갈 한국대사관이 세네갈·감비아·기니·기니비사우·말리·카보베르데 등 6개국을 맡는 식이다. 한 공관이 여러 나라를 관할하는데도 인력은 부족하다. 외교인력이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들 사이에서 아프리카가 ‘험지’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다. 아프리카 지역의 한 교민은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이곳에서 돈을 떼이거나 문제가 생기면 자국 대사관부터 찾지만 우리는 억울해도 직접 해결한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에 상주공관을 둔 아프리카 수교국 역시 20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기니 등 18개국은 주일본대사관이, 남수단 등 8개국은 주중국대사관이 한국을 담당한다.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부르기는 하나 중국이나 일본과의 현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다자외교를 추구하며 아프리카와의 교류협력 강화에 관심을 꽤 쏟는 편이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부산시는 ‘2018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와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케냐·탄자니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또 지난해 9월 한·아프리카재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외교부 산하에 최근 한·아프리카재단이 설립됐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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