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테슬라 상폐 검토로 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산업부 조민규기자


“상장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그의 발언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수위가 워낙 강한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행동을 보여온 그라서 더 그렇다. 하지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의 웃돈을 얹어줄 테니 주식을 내놓으라는 얘기에 주가는 치솟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콘 기업인 ‘테슬라’와 수장인 앨런 머스크 얘기다. 머스크가 7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상장폐지를 검토하겠다는 폭탄을 던졌다. 직원들에게도 “상장폐지가 테슬라가 가장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그가 밝힌 이유는 시장이 회사의 청사진과 다른 방향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 해당 분기에는 옳은 결정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꼭 옳다고 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을 가하는 시장에서 벗어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실적 발표 때마다 기관투자가·애널리스트들과 티격태격했던 머스크의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발언이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테슬라가 어떤 회사인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장의 힘으로 키워낸 미국의 대표 아이콘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전기차 열풍은 테슬라로부터 시작됐고 지난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25배 이상 급등한 시가총액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랬던 테슬라가 미국식 자본주의로 일컫는 주주 자본주의로는 회사의 청사진을 구현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연스레 몇 달 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어쩔 수 없이 거둬들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버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린 새로운 지배구조의 밑그림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고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것. 실패의 원인은 시장과의 소통 부재, 바꿔 말하면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을 중심으로 한 시장의 몽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방법론에서 분할한 현대모비스를 먼저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당초 세웠던 큰 방향을 틀 수는 없어 보인다. 분주한 이유는 또 있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포함한 시장과의 소통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의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현대차의 설명 이면에는 먼저 시장을 충분히 설득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조금 더 내려놓는 결단과 함께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한국 경제를 위한 대의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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