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던 베트남 증시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다시 반짝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베트남 증시는 여전히 미중 무역갈등, 국영기업 매각 이슈 등 하락 요인이 산재한다. 시장에서는 섣부른 투자보다는 부동산·은행·경기소비재 등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에서 중장기 관점의 투자전략을 세울 것을 권하고 있다.
9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이 회사의 ‘베트남그로스펀드’는 지난 7월 말 기준 -2.18%의 성과를 냈다. 수익률이 10%에 달하던 연초에 비하면 여전히 저조하지만 베트남 증시 급락으로 4월 말 손실이 -10%에 달한 만큼 높은 반등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다른 베트남 펀드도 지난달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15개 베트남 펀드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은 4%로 한국투자신탁운용뿐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 펀드가 최근 한 달간 4~6%에 달하는 높은 성과를 냈다.
한 달 사이 베트남 펀드가 높은 수익을 낸 데는 부동산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가 높은 이익 성장성을 지속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베트남 증시를 이끈 주요 업종이 ‘비나밀크’ 등 소비재 기업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부동산 업종이 베트남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주도주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빈그룹(VIC)이다. 빈펄리조트로 잘 알려진 이 회사의 주가는 베트남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던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약 29% 올랐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폭도 75%에 이른다. KB증권은 “올해 상장한 빈홈(VHM)을 제외하고 빈그룹 등 시가총액 상위 3개 부동산 종목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9.3%”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증시에서 부동산 업종은 도시화 비율 상승과 인프라 개발 가속화 등 영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농촌의 젊은 층이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자가 주택 보유율이 늘어나며 해당 지역 부동산 실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또한 가계소득이 늘어나며 주택 소유 욕구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부동산 관련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베트남 주요 섹터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베트남 주요 도시(호찌민·하노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요 부동산 개발사 빈그룹·노바랜드 등 부동산 업종 주가는 급등했다”며 “지난달 30일 기준 베트남 증시에서 부동산 섹터 비중도 26.9%로 2016년 대비 약 10%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증시는 지난해까지 시장 기대치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때문에 최근 단기 반등에 힘입어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데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대외교역이 중요한데 최근 미중 무역갈등 영향으로 성장동력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또한 국내에서 외국인투자가 매도세 지속과 정부가 보유한 국영기업 지분 매각 이슈 역시 증시 하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대형주·부동산·은행·경기소비재를 주심으로 분산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달러 대비 동화(VND) 환율은 7월 이후 소폭 절상됐지만 타 신흥국 통화 대비 강세로 수출 기업 경쟁력 제고 및 이익전망치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성장률이 다소 정체된 필수소비재 섹터보다는 가격 메리트가 기대되는 부동산·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