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가운데) 민주평화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 염소 가격 폭락 비상대책위원회 상경투쟁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이 정동영 신임 대표의 연이은 좌클릭으로 노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화합’을 약속했던 정 대표가 ‘진보진영 탈환’을 강조하며 일방통행식 좌회전 행보를 이어가자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조창익 위원장을 방문했다. 정 대표는 취임 뒤 부산 한진중공업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등에서 노동자들을 만났다. 정 대표가 연일 ‘친노동’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중도·보수 쪽으로 선회하면서 정부 여당의 진보 지지층이 이탈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진보색채가 강한 정의당이 모 여론조사에서 최근 지지율이 15%까지 반등하는 등 진보정당에 대한 민심의 수요가 커진 점 역시 정 대표의 좌회전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 대표의 진보 노선에 대한 당내 반발이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진로 문제도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당내 중진인 박지원 의원 역시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대표가 지나진 좌클릭으로 가면 당 성향이 중도개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당이 정의당과의 진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동과 여성, 청년,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정의당의 정체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그간 최저임금·특수활동비·은산분리 등 현안에서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해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 쪽은 이미 정의당·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많아 포화상태”라며 “평화당의 좌회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한국 정치지형을 보면 보수정당이 부침을 겪는 것이고 보수 지지층은 그대로”라며 “한쪽을 아예 포기하는 행보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