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거래 자금출처 조사] 영등포·용산 일주일새 0.29% 급등…틀어막기식 규제 '반짝 약발' 그쳐

7월 종부세인상 발표하자
잠실5단지 거래 되레 늘어
"시장반응 무조건 외면 말고
탄력적인 정책 조정 필요"


정부가 지난 2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며 ‘구두경고’를 날렸음에도 서울 집값은 오름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8월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상승했다. 주간 상승률로는 2월 마지막주(0.21%) 이후 23주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발을 하겠다고 공언한 영등포구와 용산이 0.29% 올라 서울의 전체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지난주 0.16%에서 이번주 0.20%로 올라 강세가 이어졌다.

이날 정부가 중개업소·재건축조합에 대한 단속에 이어 주택매수자 자금출처 조사와 서울 투기지역 추가 지정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은 것은 상승세로 돌아선 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거래가 움츠러들 수는 있지만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꺼내는 ‘틀어막기 식’ 규제의 약발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각 구청, 국세청, 한국감정원 등과 ‘부동산거래조사팀’을 구성하고 6월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에 대한 정밀조사 방침을 정했다. 우선 부동산거래신고시스템(RTMS)을 통해 불법거래 의심 신고 사례를 추출할 계획이다. 거래 신고 가격이 인근 시세에 비해 차이가 나거나 미성년이나 20대 등 자력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운 매수자들이 조사 대상이다.

또 다수 거래, 현금 위주 거래 등도 1차로 걸러낸다. 서울시 25개 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3억원 이상 주택매매 시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돼 있다. 이렇게 추려진 조사 대상 전원에게 통장 사본 및 입출금표, 현금조성 증명자료 등 소명자료를 받아 정밀분석에 들어간다. 위법사례가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할 예정이다. 조사는 일단 오는 10월까지 하기로 하되 집값 불안이 계속되면 연장할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중개업소와 재건축조합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7일부터 용산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중개업소에 특별사법경찰과 구청 담당자들을 보내 불법거래 행위를 점검하고 있다. 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대치쌍용2차, 흑석9구역 등 총 5곳의 강남 재건축·재개발단지 조합에 대한 조사도 20일부터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말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근 집값이 오른 지역을 투기지역 등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종로구·중구·동대문구·동작구 등 4곳이 투기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광명 등 수도권 일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유력하고 대구·광주광역시 등 지방 일부도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개업소들과 세무조사를 꺼린 매수자들이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정으로 거래를 미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일시적으로 거래가 끊겨 가격이 안정되는 ‘착시 효과’를 낼 수 있을지언정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잠실동의 P공인 대표는 “예년에도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면 사실상 하루 만에 매매거래가 중단됐다”면서 “이번에도 실거래내역과 자금조달서 등을 뒤진다고 하니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움츠리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정기행사’처럼 반복하는 단속의 실효성은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사는 “잠실5단지에서 거래가 본격적으로 트이기 시작한 것은 보유세 인상안 발표 직후”라면서 “정부 정책으로 나타나는 시장의 반응을 무조건 불법으로 보고 단속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단속 및 실거래내역 추적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를 전달하는 효과로 단기간 시장을 진정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무조건 틀어막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이완기기자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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