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예멘서 어린이 통학버스 폭격··50여명 사망”

예멘 반군 후티의 오래된 근거지에 공격
국제적십자사 “어른들의 전쟁에 어린이가 대가 치르면 안돼” 비판
사우디군 “적법 절차따른 공격··반군이 어린이 인간 방패 삼아”

9일(현지시간) 성인 남성들이 예멘 북부 사다주 자흐얀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군에게 폭격을 당한 어린이를 옮기고 있다. /자흐얀=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오전 예멘 북부 사다 주의 자흐얀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탄 통학버스가 사우디아라비아군에 폭격당해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77여 명이 다쳤다고 예멘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이 보도했다.

예멘에 파견된 국제적십자위원회 트위터로 “자흐얀의 시장에서 어린이들이 탄 버스가 공격당했다”면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고 이들이 후송된 병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 버스에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주로 탔다고 보도했다.

요하네스 부르워 국제적십자사 예멘 파견 대표단장은 트위터에 “사상자 대부분이 10세 이하의 어린이다”라며 “어른들의 전쟁에 어린이가 대가를 치르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사우디와 국경을 맞댄 사다 주는 예멘 반군 후티의 오래된 근거지다.


알마시라 방송은 얼굴이 피범벅이 된 6∼7세 정도의 아이가 가방을 멘 채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는 장면을 내보냈다.

사우디군은 어린이 수십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번 공격에 해명했다. 사우디군은 그간 예멘 반군 측이 민간인 인명피해를 주장하면 보통 침묵하거나 폭격 자체를 부인했다.

사우디군은 9일 국영 SPA 통신에 “전날 사우디 남부 국경지대 지잔 주(州)를 겨냥해 발사된 예멘 반군 후티의 미사일 발사대를 표적으로 한 적법하고 국제법에 따른 작전이었다”며 “후티가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삼았다”고 반박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위원회 미렐라 호데이브 대변인은 CNN방송에 “어린이를 위험한 곳에 몰아넣는 것은 끔찍하고 개탄스럽다. 이런 식으로 어린이가 대가를 치르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게르트 카펠라에르 유니세프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국장도 트위터에 “변명은 필요 없다. 이 잔인한 전쟁을 멈추려면 세상은 얼마나 더 무고한 아이들의 목숨이 필요한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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