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고점을 넘는 거래들도 여럿 있었고 매수 문의도 끊임없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정부의 단속 이후 중개업소들이 임시휴업에 들어 가고 매수자들도 급격히 오르는 호가에 부담을 느끼면서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반복 학습’이 된 집주인들은 느긋하게 지켜보는 분위기여서 호가는 되레 오르는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T공인 관계자)
서울 집값 급등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부동산 단속을 시행하자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집단휴업’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곳곳에서 이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던 중 정부가 단속으로 제동을 걸어 당분간 시장 분위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 단속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까닭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큰 자극을 받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다. 거래는 주춤해도, 호가 하락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은 상황이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2주(8월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올랐다. 지난주(0.11%)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이면서, 최근 6주 연속 상승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최근 2주 사이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이전 최고가를 넘는 거래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7월 들어 2주 동안 약 10건의 매매 거래가 진행됐는데 상당수가 최고가를 넘어섰다. 이 중 ‘현대10차’ 전용 108㎡는 전고점 22억9,000만원을 훌쩍 넘긴 2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의 현재 매도호가는 25억원에 달한다. ‘현대3차’ 전용 84㎡도 최고기록인 20억6,000만원을 넘어선 21억원에 손바뀜이 일어났으며 집주인들은 최소 23억원을 요구한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전용 82㎡는 이번 주 19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종전 최고가 20억1,000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용 76㎡도 18억1,000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고 현재 시장에서는 18억5,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거래 열기는 다소 식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의 단속뿐 아니라 급격하게 오르는 호가에 매수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강남권 중개업소 상당수가 사무실 문을 닫고 전화로 ‘외부영업’을 하고 있지만 한계는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사는 “우선 급한 대로 불은 꺼두고 전화 위주로 영업할 생각”이라면서 “정부가 부동산을 단속한다고 연일 신문에서 나오는데 누가 이럴 때 계약에 나서겠느냐”고 했다.
높아진 호가에 부담스럽다고 토로하는 매수자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고재영(서경 부동산펠로) 씨티21공인 대표는 “지난 7월 말부터 개포 5·6·7단지 대부분 매물의 가격이 2,000만~4,000만원 올랐다”면서 “한순간에 가격이 높아지자 분위기를 조금 더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개사들 사이에서는 우선 단속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가 집값은 잡지 못하고 애먼 중개업소만 잡는다고 중개업계에서는 토로한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강남 단지 대부분은 공동 중개를 하기 때문에 다운계약서 등 불법 계약 등이 쉽지 않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정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자 중개업자들에게만 화풀이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히려 예년과 다르게 여유롭게 현 상황을 지켜보자는 시선도 적지 않다. 매년 정부가 반복적으로 단속 카드를 꺼낸 탓에 시장에서는 충분한 ‘학습’이 돼 있다는 설명이다.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압구정동의 신만호 중앙부동산 대표는 “매수자들은 단속 이후 혹시나 가격이 조정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라면서도 “하지만 단속 이후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매도자들은 잘 알아 가격 조정은 없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휴가철이 끝나고 가을 이사철로 접어드는 이달 말께의 거래 상황이 시장의 향방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압구정동의 E공인 관계자는 “최근 압구정 현대를 비롯한 주요 단지들이 단기간에 전고점 인근까지 도달했다”면서 “휴가가 끝나는 8월 말까지 최근의 시장 상황을 얼마만큼 매수자들이 받아들이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완기·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