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잇달아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구속된 이들은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대기업 불법 취업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가 막강한 기업 감독 권한을 악용해 대기업에 조직적으로 퇴직자를 내려보낸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정위의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9일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신영선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의 사실에 관한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나 태도에 비춰볼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신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김 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일했다.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재직했다. 최근 4년간 공정위를 이끈 전직 최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된 셈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달 2일과 3일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6일 기업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공정위가 퇴직 예정 간부들의 불법 취업을 조직적으로 챙겼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 결과 검찰은 공정위 최고 윗선들이 퇴직을 앞둔 4급 이상 간부들을 기업과 짝지어주는 데 연루된 사실을 파악했다. 공정위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를 통해 퇴직 예정 공무원 명단을 관리하면서 삼성·LG·SK 등 대기업을 압박해 퇴직 간부 재취업을 알선하는 방식이다. 또 퇴직 간부 취업 알선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으로 차례로 보고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특히 공정위가 연봉 가이드라인까지 책정해 민간 기업에 전달하고 기업에 재취업한 전직 간부가 물러나면 후임 퇴직 간부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한 정황도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장·차관급인 전직 위원장·부위원장들이 해당 대기업에 간부들 채용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보고 이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 전직 최고위 간부들을 구속한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 특혜 취업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쪽으로 흐를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혜 취업의 대가로 공정위가 고발 조치 등을 하지 않은 대기업 여러 곳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