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외면당한 지구의 절규…분노가 열꽃으로 피다

[지구촌 뒤덮은 폭염…인류 종말 경고들]
스티븐 호킹 "지구 온난화 되돌릴수 없는 시점
섭씨 460도 속 황산비 내리는 금성처럼 될 것"
유엔 IPCC "북반구 고위도 갈수록 상승세 심화"
21세기말 한반도 기온 '최대 6도' 급상승 우려
4억명 거주 中 화북평원, 50년후엔 사람 못 살아
기온 6도 상승땐 육지·바다 생물 95% 전멸
'호모사피엔스'보다 '호모심비우스' 로 명명
환경 고민하고 해결하는 공생인 자세 견지해야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애프터 어스’. 오는 3072년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사이퍼 레이지 부자는 이곳이 1,000년 전 대재앙 이후 모든 인류가 떠나고 황폐해진 ‘지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려진 지구를 정복한 생명체는 예측 불가능한 모습으로 진화해 이들을 공격하고, 상호 무차별적인 전쟁을 시작하는데….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아예 “인류가 멸종할 정도의 대재앙이 불가피해 보인다. 멸망을 원하지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3월 숨지기 전 지속적으로 인류에게 수십년 내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구온난화, 핵전쟁, 인공지능 로봇, 소행성 충돌, 변종 바이러스, 인구폭발 등 일곱 가지를 꼽았다. 이 중 기후변화는 인류 종말을 거론할 때마다 늘 손꼽은 테마다. 소행성 충돌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에게서 비롯된 문제인데 그중 지구온난화가 가장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는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근접해 있다”면서 “지구는 섭씨 460도 고온 속에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지구인 정착촌을 건설하려는 것처럼 앞으로 외계 행성으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띄워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앞으로 50년쯤 뒤에는 중국의 베이징시, 허베이·톈진·네이멍구자치구(이하 화북평원)에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더위가 닥칠 것이라고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이 예측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고 화북평원 일대에서 대규모 농사를 지으며 댄 물이 증발해 습도를 높여 기후변화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중국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화북평원에는 4억명이 거주하는데 오는 2070년에는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더위가 수차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북평원 인근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섬뜩한 경고다. 지금도 연간 최소 수십일 이상은 중국 북동부에서 몰려오는 지독한 미세먼지로 고통받는데 지구온난화의 직격탄까지도 피할 수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4년 발표한 제5차 평가보고서(AR5)에 따르면 1901~2012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9도 오른 데 비해 북반구 고위도로 갈수록 상승세가 심화돼 한반도는 무려 1.5도나 급등했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 지구는 3.7도, 한반도는 최대 6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2016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제주도 해수면은 지난 40년간 22㎝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세 배 높았는데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몰디브와 키리바시 등 섬나라의 눈물이 그저 뉴스로만 접하는 불행이 아닌 셈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집중육성 등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제로’를 향한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는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로 인해 온실가스(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 등)가 크게 늘면서 가속화된다. 온실가스 농도는 2016년 평균 400.0ppm을 넘어 1750년(278ppm·추정) 대비 44%나 급증했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의 순환패턴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폭염과 이상한파의 발생빈도를 늘리고 가뭄·사막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 세균·바이러스 등 질병, 대형 산불 증가 등을 초래한다.

과학계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도 높아지면 고산우림지대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북극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며 희귀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진다. 2도가 오르면 산호초나 호주 열대우림의 생태계가 회복불능에 빠지고 석회질 성분의 해양생물이 멸종한다. 3도 상승할 경우 빈민층에서 극심한 기아 상태가 발생하고 사바나 지역의 사막화가 진행된다. 4도나 높아지면 남극의 빙붕이 녹아 세계 전역의 해안이 침수되고 시베리아 동토층의 탄소 배출로 기온이 추가로 상승한다. 5도 상승시에는 극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고 내륙 기온은 10도 이상 오르며 내륙 깊은 곳까지 바닷물이 침투한다. 6도나 폭등하면 육지와 바다 생물의 95%가 전멸한다.

노원구청장 시절에 ‘환경구청장’으로 불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6억년의 지구 역사상 인류의 존재는 불과 수백만년밖에 되지 않는데 탄소를 마구 배출하며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탄소 배출 감소를 통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구청장 시절에 태양광·지열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비용을 최소화한 ‘탄소 제로 주택’을 추진하고 노원에코센터 건립, 동 주민센터와 학교 담장에 담쟁이넝쿨 입히기,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 태양광 보급 사업 등을 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인류가 200~300년 내에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 근거는 바로 에너지 사용 급증이다. 석기시대 인간은 의식주를 해결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데 하루에 4,000칼로리의 에너지만 있으면 됐지만 이제는 하루 22만8,000칼로리(미국인 1인 기준)를 사용한다. 에어컨을 틀고, 자동차도 몰고, TV·스마트폰도 봐야 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도 에너지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공장에서의 에너지 사용도 급증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현명한 인간)라기보다 호모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라고 명명해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환경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늘 강조하는 메시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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