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개혁하려면 수익률부터 제대로 챙겨라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연금 재정의 고갈 예상 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제4차 국민연금 장기추계 결과를 토대로 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17일 열릴 공청회에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거론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은 여럿 있다. 보험료를 인상할 수도 있고 연금 납부연령을 연장하는 방안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보험료 인상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3%였던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인상된 후 20년째 제자리다.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국민 부담을 늘리는 데 주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수급연령을 높이는 편법을 동원해왔다. 그나마 정치적 휘발성이 작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에 국민 부담을 늘린다 해도 국민연금이 노후 용돈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45%에 불과한 소득대체율은 해마다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에 40%까지 내려가게 돼 있다. 이마저도 보험료를 40년 내야 그렇다는 것이지 실질 소득률은 이보다 한참 떨어진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소득대체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 채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조금씩 내리면서 국민에게 부담을 덜 지우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심각한 노인 빈곤율을 고려한다면 더 내고 적정 수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재정 건전성 유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금 수익률 제고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기금을 잘 굴리는 길만이 국민의 부담을 그나마 최소화할 방책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기금운용본부의 위상 재정립은 필수다. 지금처럼 정치 바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몰이와 지방근무의 핸디캡 등으로 본부장을 비롯한 운용 수뇌부가 대거 공석이다. 그 결과 올 들어 수익률은 1%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기금운용본부라도 서울로 옮겨 최고의 전문인력에게 마음 놓고 투자를 맡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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