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터키에 가한 제재의 충격으로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10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사람들이 환전소 밖에 있는 환율 시세표를 확인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미국과의 외교 대립으로 제재를 받는 터키와 러시아의 통화가치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이스탄불=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다.
10일 외환시장에서 리라화 가치는 전날 마감환율 대비 13% 이상 떨어진 장중 달러당 6.3005리라를 기록했다. 리라화는 이후 낙폭을 소폭 줄였지만 여전히 달러당 6리라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 인상한다고 밝혀 리라화 가치는 더욱 추락했다.터키 정부가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 이란 제재 불참, 관세보복 등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자 투자자들은 리라화를 내던졌다. 영국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로 미국의 추가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루블화도 2016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라화 폭락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우니크레디트 등 터키 익스포저가 많은 유로존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된 탓이다. 이날 장중 유로화 가치는 전날보다 0.5% 하락해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70전 오른 1,128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4일의 1,135원20전 이후 최고치다. 또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몰리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2.040%로 마감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5년물 이상 중장기물 국채도 일제히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터키와 밀접한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원화 가치가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능현·박홍용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