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끝" VS "갑자기 안 꺾여"...더 커진 반도체 시각차

■"투자 주의"...모건스탠리 또 반도체 저격
모건스탠리 "내년부터 D램시장 하향세...호황 끝나가" 경고
국내 증권사 "낸드값 떨어져도 수요 늘어 출하량 증가" 반박
"외국계 증권사 부정적 전망은 차익실현 고민 때문" 분석도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들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은 항상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다. 특히 특정 글로벌 IB가 잇따라 전체적인 업황보다는 재고·판매단가 등 부분적인 이슈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를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어 차익실현을 고려한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증시에서는 반도체의 성장이 꺾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10일 비관적인 전망으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를 끌어내린 모건스탠리는 지난 5일에도 “내년부터 D램 시장이 하향세에 접어들고 낸드(NAND)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투자 의견을 한 단계 낮췄다. 대체로 지난 수년간 이어진 반도체 업종의 호황, ‘슈퍼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고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리드타임(제품의 주문일시와 인도일시 사이에 걸린 시간) 단축, 수요 감소 등이 현실화되면 상당 수준의 재고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반도체 유통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반도체주의 위험보상비율은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주가도 오를 만큼 올랐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5년 동안 약 200%나 오른 상태다.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은 70%에 그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이 갑자기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수요 둔화, 낸드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시장 점유율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며 “낸드는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수요 탄력성이 높아 오히려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격이 하락하면 이전까지 비용 문제로 고용량 낸드를 쓰지 못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주문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물론 지난해나 올해 같은 사상 최대의 실적 행진이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연착륙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연평균 23.4% 하락하는 반면 시장 전체 규모는 7.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 가격 하락은 극심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적정 이익 구간으로의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 자체는 견실하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버용 D램 등 새로 성장하는 시장이 반도체 업종의 슈퍼사이클을 예상보다 길게 지켜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에서 컴퓨터·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절반 이하로 축소되겠지만 서버·그래픽 같은 B2B 수요가 점차 늘어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HS도 서버용 D램 수요가 2022년까지 연간 4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덕분에 반도체주의 실적이 급감하는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53조6,0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올해 65조1,568억원으로 재차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후 내년에는 66조3,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3조7,000억원이었던 SK하이닉스도 올해 22조2,326억원으로 다시 창사 이래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 등 특정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업황 전망이 차익실현 시점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메모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에게도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 ‘매도’ 의견을 내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증권사 입장에서도 매도 주문이 늘면서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원 연구원은 “D램 시장의 축이 개인 소비자에서 기업(서버용 D램)으로 옮겨가면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점에서는 반도체 업종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반도체 업체들의 견조한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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