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당선 기여한 고려대 출신' 금융기관 등 공공기관장에 임명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MB캠프 인수위원회자료
공공기관장 인재풀 비고란에 '고대 출신' 기재후 MB에게 보고
이팔성, KRX사장 탈락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되기도

이명박 전 대통령./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공공기관 인재자료를 만들어 비고란에 ‘당선에 기여한 고대 출신’ 등을 기재해놓고 이 자료를 기반으로 금융기관 등 공공기관의 수장을 임명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17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조서로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의 진술을 공개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대선에 기여한 고려대 출신들을 따로 분류한 자료를 만들어 인사철마다 활용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당선 전 대선캠프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비고란에 ‘고대출신으로 선거에 기여한 사람’, ‘고위공직자 출신’ 등을 기재해 공공기관 인재자료를 분류해놨다고 진술했다. 그는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저장한 후 인사철에 노트북을 들고가서 검색하고 평가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균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 역시 검찰 조사에서 “선거캠프로부터 받은 온갖 이력서가 인사비서관실 사무실에 쌓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조서에 따르면 이 전 행정관은 “국가 데이터베이스(DB)는 사용해본적 없으며 선거캠프로부터 받은 자료를 캐비넷에 보관하면서 그 자료를 기반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이 전 행정관의 조서에는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면서 이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팔성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금융위원회장, KDB산업은행장 등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적혀있다.

실제로 이 전 서울시향 대표는 KRX이사장으로 추천됐으나 노조에서 반대하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이후 그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됐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있던 사람들은 이팔성 전 서울시향 대표가 노조 반대로 KRX이사장 후보군에서 제외되자 “이팔성이 공신인데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날 검찰이 이어서 공개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에는 그가 이상주 변호사, 이상득 의원, 김윤옥 여사 등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을 통해 현금과 명품가방을 전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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