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8·2대책이 발표 1년여를 맞은 가운데 서울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지방에는 악성 미분양이 쌓이는 등 서울-지방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폭등하고 지방은 악성 미분양이 쌓이는 등 부동산 시장의 초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잇따라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에 ‘미분양주택 지속 증가에 따른 건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미분양과 관련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 공문에서 경남도는 국토부에 현재 추진 중인 공공주택 사업의 공급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기하고, 사업규모는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미분양관리지역 제도를 활용해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매각 시기를 조정해 달라고도 했다.
경남도는 “6월 말 기준 경남의 미분양은 전국의 24%인 1만4,896호로 집계됐다”며 “이 중 1,776호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달 대비 11.1% 증가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올 하반기엔 약 4,440호가 공급될 예정으로, 주력사업인 기계·조선업의 침체와 공동주택 공급 물량 급증으로 미분양주택 증가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앞서 5월에도 “미분양 물량을 산정할 때 분양승인을 얻었지만 분양이 중단된 아파트는 산정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충청북도도 최근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조만간 공공주택 건설 속도 조절 등 미분양 해소 대책을 국토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충북의 경우 6월 말 기준 미분양이 5,288호 쌓인 상태로, 미분양이 5,000호를 넘기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가 청약조정지역 해제를 국토부에 정식으로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6·19 대책에서 부산진구와 기장군이 청약조정지역으로 편입돼 전매제한과 1순위 및 재당첨 제한 등 청약규제를 받아 왔지만 최근 부산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다.
기장군의 경우 지역 정치인들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조정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 빈집도 늘어남에 따라 LH는 지방의 빈집을 매입해 비축하는 ‘빈집 비축 사업’을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벌이기로 하고, 올해 시범 사업지로 부산을 선정했다. 올해 시범사업은 부산 중에서도 빈집이 밀집된 부산진구와 남구, 영도구, 북구, 사상구가 선정됐다.
6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6만2,050호로, 전달 5만9,836호에서 3.7% 증가했다. 특히 주택이 준공됐지만 여전히 분양되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15년 3월 이후 최대치인 1만3,348호를 기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의 미분양 등 주택시장 상황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며 “아직은 알려진 것보다 크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지만, 지난해부터 지방 주택 사업 시기를 조절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왔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대응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