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러츠빌 사태’ 1년] 트럼프 통합 외쳐도 美분열은 더 가속

워싱턴서 또 인종주의자 vs 반대 시위자 대치에 초비상
트럼프 "인종주의에 반대" 피력 불구 진정성에 의구심 커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반대 시위자들이 충돌했던 ‘샬러츠빌 사태’ 1주년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남부연합 상징물 ‘리 장군 동상’ 근처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남부연합’은 흑인 노예해방을 거부했던 주들로 여전히 미국 곳곳에 남아있는 남부연합의 상징물은 인종차별의 흔적으로 여겨진다. /샬러츠빌=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미국의 인종주의적 분열상을 여실히 보여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충돌 사태’가 12일(현지시간) 1주년을 맞았다. 샬러츠빌 사태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미 언론의 십자포화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모든 인종주의에 반대한다”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행보는 인종주의를 부추기며 미국의 분열을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1년 전 샬러츠빌 폭력 사태는 무자비한 죽음과 분열로 이어졌다”면서 “우리는 한 국가로서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적 행동을 비난한다”면서 “모든 미국인에게 평화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12일 샬러츠빌에서는 남부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항의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집회가 열렸고 이에 맞서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며 양측이 충돌했다. 특히 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인종 차별에 반대하던 여성 한 명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해 인종주의의 폭력적 민낯을 드러내며 미 전역에서 비판이 들불처럼 일었다.


그러나 샬러츠빌 사태 1주년을 앞두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재차 인종주의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샬러츠빌에서 12일 집회를 열려다 허가를 받지 못하자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으로 이동해 시위를 벌이기로 해 워싱턴DC에 비상이 걸렸다.

극우 진영 인사들과 인종주의자들이 재결집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도 맞불 집회를 1년 전에 이어 샬러츠빌과 워싱턴D.C에서 열기로 했다. 샬러츠빌시와 버지니아주는 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내 곳곳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며 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총기 소지 여부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샬러츠빌 사태가 1년 만에 재발할 우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 반대’를 외치고 나섰지만 여론의 평가는 싸늘하다.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유혈 사태를 빚은 인종주의자들에 반대하며 집회를 연 선량한 시민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양비론을 편데다 지속적으로 인종 차별적 모습을 노출한 때문이다.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으로 프로농구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와 CNN 앵커 돈 레몬의 지능을 의심하는 트윗을 날린 바 있고 흑인 민주당 하원의원인 맥신 워터스에 대해선 “낮은 IQ”라고 반복적으로 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지난 연말까지 자신을 보좌했던 전직 백악관 참모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방송에서 흑인을 ‘검둥이’로 비하했던 내용들이 담긴 미방영 테이프가 남아 있다”고 폭로하자 “그녀는 하류 인생이다” 고 비난하며 물타기로 빠져나갔다./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