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 "'미스터 고' 없었으면 '쌍천만 GO' 못했죠"

100% CG '미스터 고' 흥행 참패
큰 상처 됐지만 엄청난 자산 남겨
'신과 함께' 도전하는데 자양분 돼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2편 ‘쌍천만 영화’ 초읽기에 들어가며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 장을 열고 있는 ‘신과 함께’ 얘기다. 1편인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8개월만에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2’)은 지난 1일 개봉 첫날부터 124만6,692명을 불러들이며 개봉일 최다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더니 개봉 첫 주말인 4일에는 146만6,416명을 불러모아 국내 개봉작 사상 하루 최다 관객 동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신과함께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경우 국내 개봉 ‘천만 영화’ 리스트는 총 22편으로 늘어난다. 이제 다음 기록은 1편이 세운 기록(1,441만 관객)은 물론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1,761만 관객)의 자리를 갈아치우고 왕좌에 올라서는 것뿐이다.

이 정도면 성공에 취할 법하지만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은 그의 전작 ‘미스터 고’(2013) 얘기부터 꺼냈다. 한국영화 최초로 100%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캐릭터인 고릴라 ‘링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제작비 300억원을 쏟아붓고도 132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인정을 받았지만 거기서 멈추고 싶진 않았어요. 우리도 할리우드 못지않은 볼거리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죠.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해 양국 관객을 다 잡아보자는 복안이었지만 결국 ‘미스터 고’는 만용의 산물, 오만 그 자체였고 당시엔 더 이상 감독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상처였어요. 하지만 저에겐 엄청난 자산을 남겼죠. 적어도 ‘미스터 고’를 실패로 남겨두고 싶진 않았어요. 거기서 멈추면 실패지만 계속 도전하면 과정이 되잖아요. ‘미스터 고’의 자양분이 있으니 ‘신과 함께’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거죠.”




스펙터클 영화로 산업 재편될 것


CG 배경 연기·연출 등 익혀야

시각특수효과 덱스터스튜디오

제작 넘어 亞 디즈니로 도약중



TV는 물론 손안의 스마트폰에서도 고품질의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그가 생각하는 좋은 상업 영화의 미덕은 ‘확실한 볼거리’다. 김 감독은 “극장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하는 영화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며 “이제 배우와 감독들 역시 그린 스크린 앞에서 CG를 배경으로 한 연기와 카메라 셋업, 연출 메쏘드까지 모두 익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과 함께2’에 등장하는 공룡 CG는 말 그대로 자신감의 표현이다. ‘미스터 고’ 제작 선언과 함께 김 감독이 설립한 덱스터스튜디오는 아시아 최고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업으로 성장, 영화 제작은 물론 테마파크 콘텐츠 공급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가 꿈꾸는 ‘아시아의 디즈니’도 결코 허황한 꿈이 아니다. “기획부터 투자, 배급까지 하게 되면 디즈니나 워너, 소니 같은 스튜디오가 되는 거죠. 외주와 하청에만 매달리면 더 이상 발전은 없습니다. 결국 발전하려면 우리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배급까지 하는 스튜디오 모델을 완성해야 하는 거죠.”

‘신과 함께2’의 흥행기록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일 대만에서도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날 1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했다. 3·4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린 스크린 앞 연기 자체가 도전이라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불러모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고 이들을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배우들 모두 후속편을 만든다면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하네요.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 이야기는 1·2편으로 모두 끝났지만 아직 이야기거리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스핀오프나 프리퀄을 제작한다면 4편 이후가 될 겁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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