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트럼프에 찍힌 터키·이란·中·러..."뭉쳐야 산다"

■반미연대 강화하는 국가들
中, 이란 가스전 개발지분 취득
"美 제재와 상관없이 경협 확대"
러 등은 이란산 석유 수입 관심
미국發 리라화 폭락맞은 터키는
中·러·이란과 통화 직거래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이란·터키·러시아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핵 합의 탈퇴로 이란에서 유럽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빈자리를 메우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터키·러시아도 이란산 석유 수입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위협으로 금융위기에 직면한 터키는 중국·러시아·이란과 통화 직거래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중동 정책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시리아 내전 후 체제 협의를 강화하며 ‘전리품’ 분배에서도 발 빠르게 공조를 도모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영 에너지 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전 11단계 개발사업의 지분 중 80.1%를 확보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전까지 30%의 지분을 갖고 있던 CNPC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 합의 탈퇴와 제재로 50.1%를 소유하고 있던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이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지분 확대에 성공했다.

CNPC의 이란 가스전 사업 지분 매입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던 입장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은 지난 6일 해외 기업이 이란과 철·석탄·자동차부품 등을 거래할 경우 미국 시장 활동을 금지하는 1단계 제재를 내린 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이란산 원유로 제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제재가 발동되면 미국과 사업관계가 거의 없는 중국 에너지 기업들로서는 오히려 이란 사업에서 철수하는 유럽연합(EU) 기업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10일 “오랜 기간 동안 무역과 에너지 분야에서 투명한 협력을 이어왔다”며 미국의 제재와 상관없이 이란과의 경협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미국의 직접 제재에 놓인 터키·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이란산 원유 수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2단계 제재에 들어가면 이란산 원유를 국제 가격보다 싸게 수입할 수 있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터키는 원유 공급의 절반을 해외에 의지하고 있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 무역적자 관리도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제재 위협으로 금융위기에 직면한 터키 역시 중국·이란·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쿠웨이트 통신사 KUNA는 터키 정부가 중국·러시아·이란·우크라이나와 통화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 달러화를 중간통화로 사용해온 통화 거래 방식을 직거래 방식으로 바꾸면 미 달러화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달러화로부터 독립하려는 터키의 행보에 위안화 위상 강화를 노리는 중국도 덩달아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6일 “달러화나 유로화로 이뤄진 채권시장이 터키에 문을 닫기 시작할 때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할 수 있으면 터키에는 자금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며 “터키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위안화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은 더 늦기 전에 터키와의 관계가 불균형적이어도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미국이 계속해서 터키를 업신여긴다면 터키는 새로운 친구와 동맹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과 외교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반미 연대’는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리아 내전이다. 시리아 내전 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월 정상회담을 열었던 러시아·터키·이란은 최근 유엔과 시리아 개헌 문제를 놓고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국은 시리아 초기 복구비용에 자금을 댄 후 군사시설 유지, 교역로 확보 등의 이권을 챙겨 갈 가능성이 높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