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들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 모임은 12일 오전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위해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참가자 50여 명은 ‘비자림로는 국민의 보물 제주 도정은 각성하라, 우리가 사랑하는 숲이에요, 제2공항으로 인한 재앙 비자림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아직 어린 삼나무와 씨앗들이 살아있어요. 밟지 말아주세요’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지나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또 ‘나는 제주에 식생 하는 ○○○입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잘려나간 삼나무 밑동 옆에 10여 분가량 서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파괴된 제주 삼나무숲 / 사진=연합뉴스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도 성명을 내고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확장·포장 공사를 전면 철회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체는 “전국적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고 수많은 국민이 제주의 자연을 갉아먹는 무모한 행위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사실상 제주도가 전국적인 조롱을 받는 것”이라며 “제주도 당국은 무지하고 무모한 사업을 일시 중단이 아니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자림로 확장 사업은 제주 제2공항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추이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비자림로 확장이 끝나면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전제 아래 금백조로 확장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원희룡 도지사는 사전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온 후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한쪽에서는 이처럼 제2공항을 기정사실로 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며 비자림로와 금백조로를 포함한 모든 제2공항 연계도로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제주도는 지난 2일부터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에 대한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이어 7일까지 이 구간 삼나무 숲길 800m 중 동쪽 500m 구간에 있는 삼나무 915그루를 베어냈다. 이는 총 벌채 계획 2천160그루의 42.4%에 해당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갔다.
도는 10일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도로 확장을 요청했던 성산읍 이장 협의회와 성산읍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정상 추진을 요구하고 나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간 대립각이 형성됐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