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암수술을 받은 고(故)최종현(가운데) SK 선대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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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위
SK이노베이션(096770))을 인수해 이전까지 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섬유사업과 결합해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이노베이션을 앞세워 해외 에너지 영토 확장에 힘써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해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꿈도 현실화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도 최 선대회장이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SK의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 고(故) 최종현(왼쪽)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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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퀴즈’로 대변되는 SK그룹의 인재경영도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인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최 선대회장의 신념은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재단이 44년 동안 양성한 인재는 한국 사회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현재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폐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고인은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으며 그가 남긴 유언 역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최 선대회장은 타계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최 선대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 중 처음으로 화장을 택하면서 장례문화를 선도했다.
| 고(故) 최종현(왼쪽) 회장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오른쪽 두번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최 회장은 제2차 석유파동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사진제공=SK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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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도 이런 부친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나 강조하고 특출난 인수합병(M&A) 능력도 최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결과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반도체, SK실트론 등 2000년대 들어 굵직한 인수합병 건에 SK의 이름을 올렸고 이들 기업이 현재 SK그룹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은 “선대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라며 “고인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