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에도 산소호흡기 꽂고 현장 챙겨…SK, 최종현 기업가 정신 기린다

20주기 추모행사 개최
SK그룹 재계 3위 기반 일구고
투병 불구 환란 극복방안 골몰
"유지 따라 행복 나누는 기업 될 것"
최태원 회장도 사회적 책임 강조
14일부터 사진展…24일 추모식

폐암수술을 받은 고(故)최종현(가운데) SK 선대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재계 3위 SK이노베이션(096770))을 인수해 이전까지 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섬유사업과 결합해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이노베이션을 앞세워 해외 에너지 영토 확장에 힘써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해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꿈도 현실화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도 최 선대회장이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SK의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고(故) 최종현(왼쪽)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장학퀴즈’로 대변되는 SK그룹의 인재경영도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인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최 선대회장의 신념은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재단이 44년 동안 양성한 인재는 한국 사회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현재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폐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고인은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으며 그가 남긴 유언 역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최 선대회장은 타계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최 선대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 중 처음으로 화장을 택하면서 장례문화를 선도했다.

고(故) 최종현(왼쪽) 회장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오른쪽 두번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최 회장은 제2차 석유파동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이런 부친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나 강조하고 특출난 인수합병(M&A) 능력도 최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결과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반도체, SK실트론 등 2000년대 들어 굵직한 인수합병 건에 SK의 이름을 올렸고 이들 기업이 현재 SK그룹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은 “선대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라며 “고인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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