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두 달 반 만인 13일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에 청와대가 외교·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가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북측과 논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회담에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대표단으로 나선다.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단장으로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단으로 나온다.
통일부 장·차관과 그에 조응하는 조평통 위원장·부위원장은 각기 남북관계를 총괄한다. 나머지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북측의 경우 철도·도로·삼림 등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간 협력 분야 “일꾼”들이 대거 배치됐다. 반면 남측은 통일 정책도 담당하긴 하지만 주로 외교관계와 관련해 전면에 나서왔던 남 차장이 포진된 게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표단 구성을 보면 북한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점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한 뒤 “우리는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둬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전체적 틀에서 얘기하자는 것인데, 북측 대표단은 조금 더 실무적 얘기를 해보고 싶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다시 말해 북측은 판문점 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자고 촉구하는 데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남측은 남 차장이 포함된 데서 나타나듯 판문점선언 이행 중간평가 외에 북미 간 협상 경과, 비핵화 진척 상황, 국제정세를 두루 고려하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앞선 3·29 고위급회담 때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이 회담에선 1차 남북정상회담 날짜가 도출된 바 있다. 4·27 및 5·26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6월 1일 열린 고위급회담 당시에는 청와대 인사는 대표단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판문점선언 이행 논의를 위해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합류했다.
따라서 이번에 남관표 2차장이 나서는 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남 차장의 카운터파트는 물론 대외현안 담당자가 북측 대표단에 없다는 점은 북미 협상의 최대 쟁점인 비핵화 조처와 제재완화 및 종전선언 등에 대한 남북 간 의견 교환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회담은 북미 간 첨예한 현안을 소재로 다루기보다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잡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더 크다. 북미 간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비핵화 현안은 정상 간 다룰 사안인 만큼 일단 정상회담의 장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상회담 개최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판문점선언 이행은 물론 비핵화와 종전선언·대북제재 등 정상 간 다룰 의제 역시 논의될 수 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