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회사를 운영한다고 해도 지금 같은 노동 환경과 가부장적인 사회 인식 아래에서는 남성 직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여성들에게 지어진 결혼과 육아의 부담이 아직도 높은데 직장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것은 초인적인 단계에 오른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죠. 이러한 환경에서 여성이 굳이 직장을 다녀야 한다고 단정지어서도 안되죠.”
남자들을 향한 여성의 외침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메디치미디어 펴냄)’를 쓴 박선화(51·사진) 서울아트 컨설팅 이사는 페미니스트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내면화 되어 견고해 진 사회적인 편견에 관심이 많았다. 자칫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대결적인 시선으로 평가받을까 조심스러워서다. 박 이사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으로 남녀의 갈등에 집중하기 보다 서로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사회 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보는 편협한 인식과 여자들 스스로 내면화되어버린 일상의 무의식적인 습관을 한번 되짚어보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여성 혹은 남성에 대한 편견처럼 노인·아동·장애인 등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수많은 편견 중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에 집중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에서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글쓰기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어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시기가 100여년 전에 불과하며 인류가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길어야 300년이 안된다”면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를 무척 좋아하지만, 정작 여자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이 놀라울 정도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이나마 깨우쳐주고 싶었다”면서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책은 페이스북으로 그동안 공론화 해온 여성에 대한 편견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렇다고 박 이사는 오랜 세월 억압된 여성의 해방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약자로 살아오면서 내재화 된 여자들의 은근한 이기심, 그리고 가부장제 아래에서 원치 않아도 가장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남성들의 고충도 외면하지 않는다. 대신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막연한 불편함을 선명히 드러내되, 남성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균형을 이루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LG 그룹 마케팅부서에서 일했던 그는 퇴사 후 스스로 ‘마음 탐구자’로 이름짓고 불리기를 원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꽤 설득력이 있었어요. 타고난 능력이자 특징이자 재능이자 기질이라는 것을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것이죠.” 지난 5월 책이 나오고 나서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무원,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계층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편협되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특히 국내의 사례는 물론 드라마, 영화 등에 등장하는 여성상을 예시로 들어가면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그는 “뜨거운 양은 냄비 끓듯 수면 위로 올랐다가 다시 잠잠하면 마초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진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효율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심리치료와 관련된 박사 과정에 입학해 사람들의 마음탐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박 작가는 “매체를 활용한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다. 영화, 드라마, 예술, 독서 등 매체를 활용해서 심리치료를 하면 사람들이 마음을 좀 더 쉽게 열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공부해 온 미술, 심리학, 마케팅 등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좀 더 다가가 우리 사회에 편견을 줄여나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