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엄마 만난게 가장 좋다고할 때 보람" "입양도 똑같이 출산한 것..사랑은 제가 받죠"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① 버려진 아이들 <하>
-'입양의 날' 대통령표창 수상자 인터뷰
28년간 82명 맡아 키운 위탁모 이덕례씨 
쌍둥이 공개 입양해 대가족 이룬 오창화씨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위탁모로 활동 중인 이덕례(오른쪽)씨와 이씨의 딸 나혜경씨가 위탁아동을 돌보고 있다. 이씨는 1991년부터 총 82명의 입양대상아동이 건강하게 새로운 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위탁 양육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보건복지부 주최 ‘제13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 이덕례(74)씨는 10여년 전 갓난아기 때부터 1년 넘게 맡아 기른 ‘딸’ 아연(가명)양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입술과 잇몸·입천장이 벌어진 구순열, 이른바 ‘언청이’로 태어났던 아연양은 제힘으로 젖병을 빨지 못해 우유를 먹일 때마다 이씨가 품에 안고 조금씩 입안에 짜 넣어줘야 했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이었던 당시에는 아이가 첫돌 전에 입양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아연양은 이씨 품에서 돌을 맞은 뒤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씨는 “입양을 보내고 10년 후에 가서 보니까 너무 예쁘게 컸더라”며 빙그레 웃었다.

28년째 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에게는 아연양 같은 아들딸이 82명이 있다. 위탁모는 입양을 기다리는 신생아를 맡아 집에서 돌본다. 키울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생부모와 이별한 아이들에게 첫 ‘엄마의 사랑’을 주는 이들이다. 이씨는 그중에서도 장애아나 혼혈아를 데려와 키웠다. 이씨는 “길에 버려졌던 까만 아이(흑인 혼혈)” “머리에 혹이 있던 아이” 하나하나의 이름과 얼굴은 물론 어떤 가정으로 입양됐는지까지 기억한다. 보건복지부는 이씨의 사랑에 감사하고자 지난 5월 ‘제13회 입양의 날’을 맞아 이씨에게 대통령표창을 수여했다.


이씨는 지금도 태어난 지 1년이 안 된 아기 둘을 키우고 있다. 30년 가까이 젖먹이를 돌보느라 한 차례 허리 수술을 했다. 무릎도 성한 곳이 없다. 그래도 이씨는 즐겁다.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위탁모를) 계속하고 싶다”며 “해외로 입양 간 아이가 돌아와 ‘전 세계를 다 가봐도 한국에서 엄마를 만난 게 제일 좋다’고 할 때, 내가 해줬던 돌 한복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했다.

오창화 대한사회복지회 입양가족 자조모임 ‘미쁜울’ 회장 겸 진원무역 대표이사(왼쪽 첫번째)가 입양한 두 아이를 비롯한 다섯 자녀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오창화 회장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입양가정에도 삶의 원동력이다. 오창화 대한사회복지회 입양가족 자조모임 회장은 2011년 아내와 함께 쌍둥이 딸을 공개 입양했다. 배로 낳은 아이 셋에 이어 쌍둥이까지 7명 대가족이 됐다. 올해 8세인 쌍둥이보다 3세 많은 언니, 각각 11세와 12세 많은 오빠 둘은 쌍둥이 동생을 제 자식처럼 끼고 다닌다. 오 회장은 쌍둥이를 데려온 데 대해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게 오히려 섭섭하다고 말한다. “우리들에게는 (입양도) 똑같이 출산한 것일 뿐 칭찬받을 만한 선한 일을 한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엄마·아빠를 찾고 안아주는 것만으로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며 “나를 사랑해줄 아이가 또 생겼으니 축하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청과물 유통업체인 진원무역을 운영하는 오 회장은 2012년부터 입양기관을 통해 매달 미혼모들에게 과일바구니와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자조모임을 통해 입양가족과 교류하고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주는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는 “내 배로 낳은 아이들도 얼굴과 행동, 사고방식이 다 다른데 입양한 쌍둥이도 다른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저마다 달라도 똑같이 사랑받을 만한 아이들을 통해 입양도 출산만큼 당연한 일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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