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발주가 지지부진했는데 올해부터는 발주가 재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과 경쟁하려면 투자개발형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현지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아프리카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지상욱(사진) 알제리 지사장은 부쩍 인근 국가로의 출장이 잦아졌다. 이곳저곳의 발주 정보도 수집해야 하고 현지 파트너들과의 미팅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 지사장은 “산유국들의 경우 저유가로 지연됐던 프로젝트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며 “비산유국들도 조금씩 발주 재개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워낙 큰 대륙이기 때문에 국가별로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산유국이면서도 재정상태가 안정돼 있는 알제리는 올해 본격적으로 설계·구매·시공(EPC) 발주가 예정돼 있지만 나이지리아는 외채 부담 때문에 아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지열맥이 흐르는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에서 지열발전소 발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 케냐에서 지은 지열발전소가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이 분야에서 추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지 지사장은 “에티오피아는 지열발전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기는 했지만 시장은 더 크다”며 “정부가 지열맥을 조사하고 있는데 향후 민관합작사업(PPP)이나 건설·운영·양도(BOT) 방식 등으로 발주가 나올 수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지사장은 아프리카에서 향후 한국 업체들의 수주방식도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모로코·튀니지 등의 비산유국에서 수주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등 디벨로퍼 역할이 필수다. 지 지사장은 “어느 발주처든 돈을 들고가면 환영받는다”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이제는 개발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도급 공사는 중국의 저가 수주 때문에 따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수주해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정부의 해외 수주 지원 정책도 앞으로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건설사들도 개발역량이 아직 축적되지 않아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향후 정부 지원, 민간 노력이 합쳐져 개발형 수주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중국세(勢)는 거세다고 그는 전했다. “저가 수주를 앞세워 토목과 건축 공사는 중국 업체들이 싹 쓸어가는 수준”이라는 게 지 지사장의 설명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시공품질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아프리카 발주처들이 플랜트나 발전소 발주는 꺼리고 있다. 지 지사장은 “가격이 비싼 유럽 업체들과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의 틈새에서 한국 건설사들에 기회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