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근대문화유산] <49> 경희궁 방공호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뒤편에는 특이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경희궁 방공호’로 불리는 곳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바로 지하로 연결되는데 내부는 지하 2층 구조로 총면적이 1,379㎡다. 길이는 107m, 폭 9.3m, 높이 5.8m로 모두 10개의 방이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의 폭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944년 만든 것이다. 대형 돔형 구조물을 세우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한반도까지 태평양전쟁의 불길이 번지지 않아 실제로 이 방공호가 사용되지는 않았다. 원래 경희궁은 서울역사박물관 전체를 포함하는 규모였다. 방공호 자리는 경희궁 내 왕과 왕비의 침전인 융복전과 회상전이 있던 곳이다. 경희궁을 훼손한 일제는 이곳에 일본인들을 위한 경성중학교를 지었고 이어 자신들이 숨을 방공호까지 만든 것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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