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자동차가 도시에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차도의 폭, 차량의 회전에 따른 도로 구획, 차도와 보도의 위치 등을 고민했다. 자동차의 성능 향상에 따라 좋건 나쁘건 간에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는 계속 나왔고 해결책은 도시를 만드는 표준이 됐다. 물론 한쪽에서는 새로운 물건인 자동차에 대한 규제도 나왔다. 당시 시속 30㎞ 이상 달릴 수 있었던 자동차를 마차보다 천천히 가도록 시속 3㎞ 정도로 규제한 영국이 그러했다. 자동차 속도를 제한한 ‘붉은 깃발법’은 당시 물류의 주류였던 마차운송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으나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어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뒤처지게 만들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커다란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우선 주거·상업 등 도시를 기능에 따라 구분하는 계획 방식에 대한 반성이 있다. 저출산·고령 사회와 함께 찾아온 도시의 쇠퇴는 이제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어야 하며 도시의 계획과 운영에 다른 표준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몇 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가 던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도 도시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실제로 혁명의 시점에 있는 사회는 그것이 혁명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그것이 권력의 주체를 일시에 바꾸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산업혁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혁명’이라는 단어를 주는 것은 후세 역사가들의 몫임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고 이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혼란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것이 혁명이라면, 그리고 혁명의 진행에 따라 도시가 변할 수밖에 없다면 당연히 새로운 표준이 요구될 것이다.
도시를 만드는 새로운 표준으로 대두되는 것이 스마트시티이다. 물론 지난 수천 년 동안 도시는 항상 스마트했다. 그 시대의 앞선 기술들은 항상 도시로 모일 수밖에 없었고 도시를 개선하는 데 쓰여왔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도시는 그 시점에서는 스마트시티였던 것이다.
전화기·컴퓨터·카메라를 붙인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이름 붙인 것처럼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의 주요 기능을 연결한 도시를 스마트시티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각각 분산된 채 해결됐던 교통·환경·주거·공공시설 등에서 대두되는 문제는 더 정확하고 총체적인 해결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새로운 에너지 생산과 처리 기술까지 도시에 들어오면 도시는 확실히 스마트해진다.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스마트한 표준이 필요하다. 붉은 깃발법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폐쇄회로(CC)TV에 안면인식 기술을 붙이기도 어렵고 드론을 날리기조차 까다로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지만 스마트시티가 새로운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