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또 신저가..반등 조건은 수급개선·M&A·주주환원

① 수급개선
외국인 자금 신흥국 이탈 가속에
반도체 과도한 우려도 주가 발목
② M&A
70조 현금으로 새 성장동력 확보
하만 인수 때도 한달간 11% ↑
③ 주주환원
배당확대 등 특별 이벤트 발표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활용할만


SK하이닉스(000660)도 올해 5월 최고점(9만7,700원) 이후 23.5%가 떨어진 상태다. 유가증권 시가총액의 약 22%를 차지하는 두 종목의 부진은 전체 증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 업종으로 묶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 원인은 업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전 세계적인 빅데이터·머신러닝·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길게는 오는 2020년까지도 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관측이 예상보다 일찍 대두되면서 반도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최근에는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가 잇따라 반도체 업종 전반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D램·낸드(NAND) 반도체 공급 대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그동안 반도체주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 왔지만 차익실현 시점을 고려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과 맞물려 주가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한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년여간의 슈퍼사이클이 종료되더라도 반도체주의 실적 성장은 견조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근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본격화되기 직전 수준까지 하락해 이미 모든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낸드 시장의 공급 초과율은 지난해 -3%(0 이하는 공급 부족)에서 올해 1%, 내년 3%로 다소 비관적이지만 D램 시장의 공급 초과율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0.7%에서 2019년 -0.6%로 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앞으로 빅데이터·머신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박 연구원은 “D램은 데이터센터 서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며 낸드는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서버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4%에서 2023년 4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 “3분기 실적 사상최대 전망..투자 기회로 삼을 때”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가 반도체주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과 함께 여러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요인이 크고 주가 모멘텀이 없어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70조원 규모로 보유한 현금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M&A를 발표하거나 특별주주환원정책 발표 등의 이벤트로 주가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2016년 11월14일 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을 들여 하만카돈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후 한 달간 주가는 11% 이상 올랐다. 배당 20% 증가 등 대규모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지난해 10월31일 전후 5거래일 동안의 주가 상승률도 6%가 넘었다.

수급 개선도 절실하지만 외부요인의 영향이 커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터키 리스크와 무역분쟁 등이 외국인 자금의 신흥국 이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최근 2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식 5,590억원, SK하이닉스 1,9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처럼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지만 오히려 투자기회로 삼아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어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주가 모멘텀·수급에 따른 주가 하락이 어느 정도 끝난 상황에서 현재 주가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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