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페이스북에 창립 이후 최악의 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이스북 주가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한 달새 17.23% 떨어졌고 연초 대비로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하루에만 18.96% 추락하며 페이스북은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페이스북 일일 이용자 수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13%)보다 낮은 11%에 그치고 하반기 매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으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197억달러(134조6,027억원)가 증발한 것이다.
지난 3월 데이터 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캠프 측에 대량으로 넘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페이스북은 급격히 흔들렸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5월 미국과 유럽 의회에 출석한 이후 정치권의 각종 시정요구가 빗발치면서 사업 추진력은 급격히 위축됐다. 스냅챗,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성장성을 의심받고 있어 앞으로 SNS사들의 고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페이스북이 과거 많은 수익을 냈지만 이제는 안전한 베팅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며 “소셜미디어가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주가도 한 달 만에 16.52% 급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1,650억달러에서 1,379억달러로 추락해 271억달러가 증발했다. 올 들어 상반기에만 104% 치솟았던 넷플릭스가 지난달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연초 후 주가 상승률이 65.02%로 후퇴했다.
지난 5월 24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월트디즈니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업종 시총 1위에 등극한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미디어 최대 기대주였다. 넷플릭스가 창업 21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100년 기업 월트디즈니를 뛰어넘자 업계는 ‘스트리밍(인터넷 기반 온라인 실시간 재생 서비스)이 미국의 최고 가치 미디어로 평가받은 사건’이라며 넷플릭스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콘텐츠 업계의 합종연횡이 거세지면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고,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 인수 후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넷플릭스 독주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진 가운데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마저 5분기 만에 처음으로 자체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넷플릭스를 내던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달 16일 2·4분기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종가 대비 14% 급락했다. 2·4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514만명으로 넷플릭스 자체 예상치(620만명)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 시총은 디즈니(1,673억달러)에 294억달러 뒤지고 있다. 이미 북미가입자 증가세가 정체된 가운데 인도 등 신시장에서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내림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GBH 인사이트’의 대니얼 이베스 연구원은 “해외 가입자 후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지적돼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플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 시가총액은 지난 2일 창립 42년 만에 미국 기업 중 처음으로 ‘꿈의 시총’ 1조달러 고지를 밟았으며 이후 10거래일 넘게 1조달러를 웃돌고 있다. 한달 새 주가는 13.65%, 시총은 1,099억달러 불었다. 연초 후 상승률은 28.57%다.
애플의 질주 배경에는 탄탄한 실적 개선세가 있다. 애플의 올 2·4분기 순이익은 115억달러, 주당 순이익(EPS)은 2.3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7달러)과 비교해 무려 40.1% 증가한 것이다. 매출 역시 4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이뤘다. 스마트폰 ‘아이폰X’ 가격을 전작 대비 20% 인상하면서 평균 판매가격이 높아지진 것이다. 가격 인상에도 2·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4,130만대로 1년 전 기록한 4,100만대와 별 차이가 없었다.
애플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몸값을 올리며 애플에 이어 시총 1조달러 돌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아마존의 주가가 한 달새 2.08% 오르면서 시총은 8,947억달러에서 9,180억달러로 늘었다. 연초 이래 주가 상승률은 60.95%에 달한다.
아마존이 애플과 정보기술(IT) 투톱을 형성하는 이유도 실적 덕분이다. 아마존의 2·4분기 순이익은 25억3,000만 달러로 1년 전 1억9,700만 달러 대비 12배 급증했다. 이로써 아마존은 세 분기 연속 순익 10억 달러를 넘겼다. 온라인 쇼핑과 클라우드 판매가 아마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문은 매출이 전년보다 49% 급증해 61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그동안 페이스북과 구글이 양분해 온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입김이 커지면서 아마존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아마존의 지난 1·4분기 광고 매출은 20억달러로 성장률이 139%에 달했다. 롱보자산운용의 잭 달러하이드는 “기술기업 전체에서 아마존의 미래가 가장 밝다”고 평가했다.
기술주 수난시대 속에서 구글도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견제와 중국 사업 난항으로 고전할 것으로 여겨졌던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2·4분기 매출은 326억6,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321억7,000만달러를 넘어섰다. 1년 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치이며 이로써 알파벳은 2분기 연속으로 20%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의 86%가 구글의 광고사업에서 나왔다. EU가 구글에 50억달러의 과징금을 때리면서 순이익은 32억달러로 9% 감소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11.75달러로 시장 예상치 9.66달러를 웃돌았다.
그동안 미래 성장성이 기술주의 상승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기대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는 종목들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전망이다. FAANG을 대체하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가 급부상한 것도 실적 향상이 눈부신 기술주들이 새 그룹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투자사 제프리스의 스티븐 데상티스는 “FAANG의 두 멤버가 실망스런 성적을 냈다”며 “실적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녹다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