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감소, 상위기업 쏠림 등으로 코넥스 시장이 고사 직전에 몰린 가운데 바이오기업인 툴젠(199800)의 코스닥 이전상장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의 존폐 여부가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 이전상장의 쉬운 통로라는 점이 기업들이 코넥스 시장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지만 대장주인 툴젠이 또 이전상장에 실패할 경우 코넥스에 남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툴젠의 코스닥 이전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중 처음 테슬라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이라는 점, 최근 주가 급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거품 논란 등을 고려할 경우 툴젠의 코스닥 상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툴젠의 코스닥 상장 성공에 따라 주요기업들이 코넥스에 남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코넥스 시장에서 툴젠은 전거래일 대비 0.4%(500원) 하락한 12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툴젠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음을 알리는 등 코스닥 진출 기대감에도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지난 2014년 6월에 상장한 툴젠은 시가총액 8,014억원으로 코넥스 시장을 대표하는 대장주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툴젠의 이전상장이 가진 파급력이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으로 코스닥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코넥스 시장을 외면하는 가운데 툴젠의 이전상장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코넥스 시장이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시장의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지지난해 50개에서 지난해 29개, 올해 상반기에 6개로 급감하는 추세다. 상장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코스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코넥스 시장 상장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와 기업에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자고 하면 ‘우리를 무시하느냐’는 항의까지 나오는 수준”이라며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를 말하는 상황에서 코넥스 시장의 위치가 애매모호해져 버렸다”고 말했다.
시가총액은 커졌지만 코스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시총 상위주에 대해 거래가 집중된다는 점도 코넥스 시장의 문제로 꼽힌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조원 후반대에서 7월 기준 6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커지는 추세지만 대부분의 투자 금액이 코스닥 이전상장을 노리는 상위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실제 연초 이후 7월까지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의 거래대금 합이 5,262억원으로 코넥스 시장 전체 거래대금(8,155억원)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넥스의 대장주인 툴젠이 코스닥으로 넘어가는 데 실패한다면 코넥스 전체 거래가 빠르게 식을 우려가 있다.
툴젠의 이전상장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일단은 우려가 감지된다. 우선 툴젠은 적자 바이오기업 중 처음으로 테슬라 요건을 통한 코스닥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전례가 없는 만큼 상장심사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툴젠은 앞서 두 번의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했지만 평가 기준에 맞지 않아 실패한 이력이 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논란도 툴젠이 상장 과정에서 넘어야 할 벽이다. 툴젠의 현재 주가는 12만4,500원으로 연초 대비 115.7% 급등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코스닥 이전상장 때 이슈가 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고려하면 최소 희망공모가 밴드가 8만원 중반대 수준이라 주가가 고평가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넘어오는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 심사에서 메리트를 주려고 한다”면서도 “무조건 상장을 허가할 수는 없고 기업심사 과정에서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