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 직원을 사칭한 정모(29)씨가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자를 상대로 인센티브 대출을 권유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관악경찰서
금융기관 채권팀 직원을 사칭해 140여 명에게 68억 가량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남성은 대출을 받으면 10%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모집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저축은행중앙회 직원을 사칭해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로 정모(29)씨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피해자들을 상대로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지정 계좌로 송금하면 송금액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원금과 이자는 5개월 이내에 없애주겠다”고 속여 대출을 유도했다. 그는 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인센티브 대출’을 받을 사람을 모집한다고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신분도 위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표기된 가짜 명함과 출입증을 만들어 다니는가 하면 출근 시간 정장을 차려입고 나가는 행세를 해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꾸몄다. 그러나 정씨는 금융기관에 종사한 적도 없었고 대학 졸업 후 줄곧 무직 상태였다.
정씨는 일부 피해자들의 대출 원금을 갚아주면서 신뢰를 쌓은 후 이들에게 새로운 피해자를 소개받는 식으로 대출 사기 액수를 늘려갔다. 피해자들이 정씨에게 보내 준 금액은 1인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4억원까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정씨는 후순위 피해자들의 대출금으로 선순위 피해자들의 대출금을 갚아주는 ‘돌려막기’ 방식을 이용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3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씨가 고리 대출을 유도한 탓에 매월 25%에 달하는 이자 부담은 물론 신용등급 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정씨의 사기행각은 원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지난 6월 경찰에 고소하면서 발각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이들에게 가로챈 대출금 대부분을 생활비와 유흥비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정씨에게 입금한 금융 계좌 명의자를 대상으로 피해 여부를 조사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