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불량백신·퇴진 괴담 위협받는 習 리더십...더 큰 혼란 부르나

<9> 중국 흔들리면 세계가 휘청
불량백신 파동·노사갈등 불거지고 집권근거 경제도 위기에 입지 약화
지도층·공산당내 1인지배 비판 고조...문화혁명·톈안먼 사태 악몽 되살려
中정치 불안, 경기침체 심화로 이어져 한국은 물론 세계적 악재 될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해 개인숭배에 대한 자기 비판을 요구하는 의견서가 공산당에 제출됐다. 8월 상순에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의 퇴진이 결정된다.”

지난달 중순 시 주석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며칠 앞두고 중국 인터넷상에 그의 퇴진을 암시하는 괴소문이 떠돌았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 임기제한 철폐 개헌안을 통과시키며 종신집권의 길을 예약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국내 경제 불안과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고조된 최근 중국의 사회 불안은 권위주의 지배 야욕이 추동한 혼란기였던 문화대혁명과 중국 민주화운동인 톈안먼 사태의 악몽을 되살리며 중국 정치체제에 이상기류를 몰고 오고 있다.

중국 정치권의 변화는 최근 막을 내린 공산당 원로들의 연례모임 베이다이허 회의가 예년과 다르게 흘러갔다는 데서도 감지됐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의 스포트라이트는 시 주석이 아닌 리커창 총리에게 집중됐다. 8일 베이다이허에서 이뤄진 리 총리와 73회 유엔총회 의장 당선인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교장관과의 접견은 10일 이례적으로 인민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시 주석 1인 지배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관영매체 지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리 총리의 개인 활동이 조명을 받은 반면 베이다이허 회의 폐막일까지 시 주석의 활동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해진 시 주석의 입지를 반영한 사례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국 패권과 시 주석의 개인 선전을 맡았던 왕후닝 상무위원의 활동이 관영매체를 통해 전혀 전해지지 않은 것도 시 주석의 리더십 위기론을 부추겼다.


시진핑 1인 지배 체제의 달라진 양상은 중국이 직면한 총체적 경제위기에 기인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해석이다. 최근 중국 지도부를 가장 강하게 압박하는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를 피해 생산시설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무역분쟁이 교착상태에 들어가면서 중국 경제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4월부터 타워크레인 기사, 트럭 운전기사 등이 생활고를 토로하며 파업과 시위에 나서는 등 중국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노사문제가 고개를 들었으며 영유아 불량 백신 파동에 대한 불안으로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시 주석과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중국의 사회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톈안먼 사태와 문화대혁명이라는 트라우마도 되살아나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덩샤오핑의 경제적 개혁개방 이후에도 권위주의 체제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1989년 6월 중국 인민들이 독재 타도를 요구했던 민주화운동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쉬장룬 칭화대 법대 교수가 온라인에 시 주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태를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지식인 계층 사이에서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지배 방식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내년은 톈안먼 사태 30주년으로 중국 공산당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쩌둥 전 주석이 권력탈환을 위해 조장한 극좌 운동인 문화대혁명의 경험도 시 주석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 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해온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측근들이 시 주석 개인숭배에 대한 비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최근 중국의 불안이 정치체제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시 주석은 지난달 4일 공산당 전국조직공작회의에서 “당 중앙은 대뇌이며 중추”라고 천명한 후 국가주석의 권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했으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복귀한 후인 17~19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및 인민해방군 간부회의에서 군대 내 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권력을 과시했다. 시 주석이 흔들리더라도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 체제는 굳건하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시 주석 1인 체제는 경제성장률 둔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리 총리가 갖고 있던 경제정책 결정 권한을 시 주석에게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지만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당내에서 시 주석에 대한 권력 집중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듯 보여도 집단지도 체제 회귀라는 점에서 중국 정치체제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최근의 사회 불안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경제성과로 지탱된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은 확실히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의 판매시장이자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불안은 우리 경제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중국의 불안이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이다이허 회의는 공산당 내 파벌경쟁의 시작일 뿐 올가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개최되면 권력투쟁 양상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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