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EU를 거쳐 인도까지 번질 기세다. 국내 수요 산업마저 성장세가 꺾인 탓에 외부 충격을 완화하기도 여의치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료와 온실가스 배출 이슈까지 불거져 철강업체가 ‘4중고’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전체 철강 수출 규모는 1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때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로 대미 수출 규모가 예년의 70%로 줄었지만 인도·베트남·캐나다·EU 등 타 지역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들 국가들도 무역장벽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23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했다. 캐나다 국제무역재판소는 한국 철강 제품이 덤핑·보조금으로 캐나다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해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 정부도 최근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으로 눈을 돌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강재 소비량은 5,640만톤으로 2015년 5,580만톤, 2016년 5,710만톤에 이어 5,500만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수요 산업별로 뜯어보면 자동차·조선 등 은 지난해에 이어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경기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 건설·주택 경기 전망’을 통해 하반기에는 주택경기 하방압력이 거세지는데다 공공 수주마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국내 건설수주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15.4%이상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설상가상으로 제조원가 부담까지 늘어날 기세다. 전기료 문제가 대표적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용 전기료(경부하 요금)에 대해 ‘연내 인상 불가’ 방침을 밝혔으나 언제든 부상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지난해 전기요금으로만 1조원 이상을 낸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문제까지 덮쳤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따르면 산업계에서만 4,22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시세(6월 기준 톤당 2만6,250원)를 적용하면 산업계의 추가 부담은 연간 1조원을 웃돈다. 구체적인 산업별 할당량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온실가스를 상대적으로 내뿜는 철강업종은 배출권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만큼 비용증가가 불가피하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