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스톡옵션 행사로 수억원대 목돈을 손에 쥔 직원들이 늘고 있다. 과거 벤처 붐 당시처럼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두둑한 성과급 잔치로 돈방석에 오른 셈이다.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VC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은 냉랭해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코스닥 입성을 추진 중인 나우아이비캐피탈(이하 나우IB)은 지난 5월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15명에게 총 24만주의 주식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승원 나우IB 대표가 가장 많은 4만주를 취득했고 임원들도 2만~3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나우IB가 상장을 위해 산정한 희망 공모가격 9,500~1만1,000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스톡옵션 가치는 4억4,000만원에 이른다. 스톡옵션 행사 시 매수 가격은 공모가의 절반 수준인 5,600원에 불과하다. 행사 가능 기간인 오는 2020년 10월까지 공모가격 수준만 유지돼도 이 대표는 최소 2억원의 차익을 누릴 수 있다.
3월 상장한 린드먼아시아(277070)도 경영진에게 약 34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정재혁 린드먼아시아 투자총괄 부사장은 현재 시가 기준 7억원인 12만주를 받았다. 스톡옵션 행사가는 1,500원으로 6,000원대 전후의 현재 주가보다 매우 저렴하다.
상장 벤처캐피털 스톡옵션 지급 현황
연말 상장을 목표로 하는 1세대 VC 아주IB투자도 이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1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상장 전 직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증자 당시 주가는 1만1,500원으로 상장 시 공모가가 이보다 높으면 직원들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IPO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나선 VC 업계의 내부 분위기와는 달리 투자자들은 점차 VC를 외면하고 있다. 증시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도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 가능한 VC의 특성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VC는 모험자본 활성화 등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며 올해 IPO 시장에서 수혜가 예상됐다. 린드먼아시아와 SV인베스트먼트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을 거뒀지만 이후 관심이 사그라들며 현재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 미친다.
상장 후 VC의 맹점도 드러나고 있다. 출자자와의 비밀유지 규약으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투자조합(사모펀드)의 성격상 VC가 투자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투명하게 경영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장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VC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더라도 운용·성과 보수를 제외하고는 출자자에게 수익이 대부분 돌아가는 구조다. VC가 투자에 성공한 일부 사례가 전체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투자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타 상장사 대비 회사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 수 없다”며 “경영진, 그들만의 스톡옵션 잔치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