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AI 축구월드컵' 가보니] 사람같은 유려한 드리블엔 '탄성'…같은편 선수끼리 몸싸움 땐 '폭소'

KAIST서 12개국 30개팀 열전
결승선 KAIST 한국팀 맞대결
조직위원장 "확대 개최 할 것"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 결승전에서 ‘팀시트(Team_siit)’와 ‘AFC위슬(AFC_WISRL)’이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사록기자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 결승전에서 ‘팀시트(Team_siit)’와 ‘AFC위슬(AFC_WISRL)’이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사록기자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 결승전에서 ‘팀시트(Team_siit)’와 ‘AFC위슬(AFC_WISRL)’이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사록기자

“빨강팀 3번 인공지능(AI) 선수가 자기 팀 골대로 공을 몰고 갑니다. 골키퍼가 쳐냈네요. 다행입니다. 다시 3번…, 왜 저러죠. 아, 자책골이군요.”

화면 속 AI 선수가 자기 골대에 골을 넣자 손에 땀을 쥐고 해설을 들으며 화면 속 축구경기장을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 웃음과 아쉬움의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월드컵 2018’을 찾은 300여명의 관중들은 마치 자신이 AI 선수가 된 듯 화면 위를 움직이는 AI 선수들을 따라다녔다. 세계 첫 국제 AI 월드컵의 결승전이 치러진 이날 대회는 전 세계 AI 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빨강·파랑 각 팀당 5명의 AI 선수들은 사람의 조작 없이도 빠른 속도로 전·후반 5분씩 총 10분간 축구경기장 화면을 샅샅이 누볐다. 때로는 사람 같은 유려한 드리블로 탄성을 자아냈지만 때로는 자기 골대에 공을 차 넣거나 같은 편 선수끼리 몸싸움을 하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경기장 화면에서 프로그램으로 형성된 가상의 선수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수준이었지만 박진감만큼은 실제 축구 경기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인도·프랑스·브라질·이란 등 12개국에서 구글·매사추세츠공과대(MIT)·노스웨스턴대·KAIST·서울대 등 30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팀의 AI 선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축구 전술을 미리 학습했다. 학습 방식에 따라 골키퍼와 수비수·공격수의 역할이 정확하게 나뉘어 있는 팀이 있는가 하면 5명의 선수가 모두 우르르 몰려다니는 ‘토털풋볼’ 전술을 들고 나온 팀도 있었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치러진 이날 결승전에서는 KAIST 재학생으로 구성된 한국 팀끼리 맞붙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1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는 우승의 영광은 사람이 별도 알고리즘을 짜지 않고 이미지만으로 기계가 자체 학습하는 ‘큐러닝(Q-Learning)’ 방식으로 전술을 학습한 ‘AFC위슬’에 돌아갔다. AFC위슬의 리더인 김우준(29·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박사과정)씨는 “대회 준비 기간에 300만 번의 사례를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AI 월드컵 2018’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종환 KAIST 공과대학장은 “전 세계에서 210만명이 대회 홈페이지에 들어올 정도로 AI 월드컵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았다”며 “AI 월드컵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세계적인 기술 리더십을 우리가 쥐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지난 1996년 세계 최초로 소형로봇 국제 축구대회인 ‘FIRA 로보월드컵’을 창설한 주역으로 대회는 현재는 매년 대륙별 순회 대회로 발전했다. 그는 “국내외 AI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해외에서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몰랐는데 이번 행사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앞으로 AI 월드컵을 국제적인 행사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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