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등을 소재로 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일으킨 반향일까. 최근 출판계에서는 육아와 엄마가 가장 ‘핫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주로 소개하던 정통 육아법과 태생적인 모성을 강조한 콘텐츠들이 아니라, 모성에 반기를 들거나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추지 않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육아법이 주로 소개돼 과거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나래 예스24 가정 살림 MD는 이에 대해 “엄마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육아가 요즘 트렌드”라며 “100점짜리 엄마가 되려고 너무 애쓰기보단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현실 육아에 맞는 명쾌하고 현명한 조언을 간결하지만 정확하게 집어내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출판계에 따르면 ‘엄마의 말하기 연습’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훈련법’ ‘최강육아’ ‘둘째는 다르다’ ‘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엄마는 이제 미안하지 않아’ 등 육아와 엄마를 소재로 한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돼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우선 ‘화내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진심을 전하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엄마의 말하기 연습’은 육아에 지쳐 자신을 잃어가는 엄마들에게 엄마 자신을 바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과 엄마와 아이 사이의 의사소통법을 알려준다. 또 모성을 새롭게 조명한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아이는 알아서 할게요’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엄마의 독서’ ‘엄마는 이제 미안하지 않아’ 등도 눈길을 끈다. 이 책들은 타고난 모성을 강조하는 대신 모성과 여성이라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들고 모성과 육아를 새롭게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서적들은 무조건 희생하는 것이 모성의 본질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모유 수유 등에 집착하지 말 것,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하더라도 자책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이 서적들의 저자는 대부분 여성학자가 아닌 일반 여성 저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학자가 할 법한 주장을 평범한 엄마들이 펼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여성에게 강요됐던 ‘모성 이데올로기’에서 여성들이 스스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만화와 웹툰에서도 육아 관련 콘텐츠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특히 웹툰 ‘아기 낳는 만화’는 출산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커다란 공감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충격을 줘 매회 연재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아기 낳는 만화’는 갑자기 임신 소식을 접하고 서서히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으면서 출산에 이르는 과정을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풀어냈으며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외에도 ‘봄이와’ ‘긴넥타이 긴치마’ ‘대디보이’ ‘루니맘’ 등 육아 웹툰도 독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