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회사를 제외한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25개사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지출한 현금은 자본지출보다 많았다. 자금조달이 가능한데도 기업들이 자본지출을 늘리지 않는 것은 대부분은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사업 아이디어를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거나 사업적 안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내 관료주의적 지배구조가 투자의 적기를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연간 실적에 집중해 미래를 위한 자금 집행에 인색해지기 쉽다. 또 자사주 매입을 통해 단기간에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미루기도 한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기술혁신이 넘쳐나는 시대에 지속적인 투자는 미래 주주가치 창출을 위한 필수요소다. 기업의 과소투자 징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소투자하는 기업이 당장은 견실해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이들 기업 중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처가 덜 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익성이 어떤 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을까. 높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업과 재투자 기회를 스스로 제한해 그렇지 못한 기업을 구별하는 세 가지 신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연구개발비 또는 판매비용이 감소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미래 수익을 희생하면서 단기적인 이익마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체 지출이 줄어들면서 ‘타기티드 투자(targeted investments)’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면 잠재적 기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협소하고 전술적인 활동을 강화하는 기업문화 속에서는 조금의 투자 실수도 용납되기 어려워진다. 둘째는 유기적 매출 성장의 둔화다. 특히 경쟁사와 비교해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면 회사 핵심 제품군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가리킨다. 셋째로 기업 인수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과소투자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이나 사업을 인수해서 시장에서의 위치가 향상되기도 하지만 기업 인수에 발 벗고 나서는 기업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핵심시장에 과소투자했거나, 잘못된 투자를 했거나, 혹은 둘 다인 경우들이 많다. 극단적 사례로 보자면 기업 인수에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면 기업의 혁신이 결여됐거나 지배구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투자자들은 기업 인수에 따른 실적 증대에는 관심이 높지만 주식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투하자본이익률(ROIC)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기업 인수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높은 인수 프리미엄은 ROIC를 더욱 낮추는 결과를 낳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