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의 초기 난관은 딜라이브 대주단의 가격 합의다. 딜라이브는 과거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때 2조 1,0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이 사실상 주인이다. MBK가 차입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2조원 넘는 대출금은 일부 손실로 처리되거나 지분으로 출자 전환됐다.
지금은 21개 대주단 중 가장 위험노출액(대출액이나 출자전환 금액)이 많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 다음은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로 세 번째로 자금을 많이 투자한 국민연금이다.
문제는 하나·신한은행의 총 위험노출액이 4,500억원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이들이 기대하는 매각가는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딜라이브가 보유한 우수 권역인 서초방송 매각가격을 기준으로 최소 1조 4,000억원은 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높은 이용료를 감당할 수 있는 서초지역의 가입자 1인당 가치를 60만원 안팎으로 계산하고 보통 30%를 얹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해도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현실적인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1조 원만 넘긴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딜라이브 이외에도 티브로드 등 유료방송 잠재 매물이 워낙 많고 업황이 좋지 않아 매수자 측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CJ헬로의 가입자 당 가치는 45만 원대로 서울 강남권 위주인 딜라이브 보다 낮다. 부채비율 95%에 순차입금만 6,500억원 이어서 자금 조달 여력도 크지 않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당 30만원 이상으로 인수한다면 득보다는 실 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등의 비율이 다르다. 신한은행은 33% 정도를 충당금으로 쌓았고 하나은행은 50% 이상이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2조 1,000억원 중 절반인 1조원만 받으면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1조원 이상이면 추가 수익으로 환입된다. 세 번째 주자인 국민연금은 충당금 적립 의무는 없지만 최근 국민연금 폐지론이 나올 정도로 험악해진 여론을 가장 의식하는 분위기다. 대주단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헐값에 팔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매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매달 한 차례씩 매각협의회를 열면서도 매각 가격에 대해 아직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단 관계자는 “아직은 매각 초기이고 파는 쪽에서 먼저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매각가격이 2,000억원으로 예상되는 IHQ는 한때 분리 매각을 추진하다 접었지만 CJ헬로가 우선 IHQ부터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각종 비용을 제하고 1,000억원이 딜라이브 대주단에 돌아가게 되면서 딜라이브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