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IPO 계획 결국 철회

유가 회복으로 자금 여유
까다로운 상장요건도 한몫
로이터 "금융자문단 해체"에
사우디 정부는 전면 부인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비상장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는 업계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사우디가 아람코의 국내외 IPO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JP모건과 HSBC·모건스탠리 등 실무작업에 참여했던 금융 자문그룹이 해체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그러면서 “사우디는 아람코 IPO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국부펀드가 소유한 사우디 석유화학 업체 사빅(SABIC) 지분을 인수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아람코의 IPO는 지난 2016년 1월 사우디의 실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제안으로 2년간 추진돼왔다. 사우디는 아람코 상장으로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조달해 경제개혁 프로그램에 사용할 방침이었다. 아람코가 2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입소문이 났던 만큼 뉴욕·런던·홍콩 등 글로벌 거래소들도 높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외신들은 아람코의 IPO 무산을 유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해외상장 계획을 처음으로 꺼낸 2016년 당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밑돌았던 것과 달리 최근 유가는 배럴당 67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 회복으로 나라 곳간이 넉넉해지면서 다급하게 상장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해외거래소들이 주주보호 차원에서 상장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자국 금융당국을 통해 강도 높은 감시와 법적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사우디 정부의 상장 취소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IPO를 중단한 아람코가 사빅 지분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BC는 아람코가 사빅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첫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빅은 사우디 최대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에 이른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IPO 철회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장관은 이날 “정부의 아람코 기업공개는 여전히 확고하다”며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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