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소득 하위 20%)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당 월평균소득 증감률 추이. /자료=통계청
정부가 양극화 해소와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올해 2·4분기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급감했다. 반면 상위 20% 고소득층의 가구 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올랐다.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분배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래 10년 만에 최악으로 벌어졌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올 2·4분기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132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다. 지난 1·4분기 감소폭(-8.0%)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2·4분기 기준으로 보면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1분위 가구 소득은 2016년부터 지난해 1·4분기까지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4분기 10.2%까지 늘어나면서 잠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근로·사업소득이 모두 가파르게 줄면서 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고 있다.
차상위층인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명목소득도 280만200원으로 2.1% 감소했다.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이번에는 중간층인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월평균소득도 0.1% 감소했다.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1·4분기(0.3%)까지 이어졌던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업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13만4,900원으로 10.3% 증가해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바로 아래인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의 명목소득도 4.9% 늘어 2014년 1·4분기(5.0%)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상·하위 가구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양극화 정도도 더 심해졌다. 올해 2·4분기 소득 5분위배율은 5.23배로 1년 전(4.73배)보다 0.50포인트 올랐다. 2008년 2·4분기(5.24배) 이후 최악이다. 이 수치는 5분위의 월평균소득을 1분위의 월평균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소득분배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는 근로·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한 결과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5.9%, 사업소득이 21.0% 급감했다. 2분위 가구도 근로소득이 2.7%, 사업소득이 4.9% 감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의 영향을 받는 업종의 일자리 축소, 인건비 상승·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받은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 2·4분기 가구별 취업인원수는 △1분위 -18% △2분위 -3.7% △3분위 -2.1%로 저소득층은 모두 줄어든 반면 △4분위 2.5% △5분위 5.0%로 고소득 가구에서만 증가했다.
실제 지난달 전년대비 신규 취업자는 5,000명에 불과했다. 경비 같은 사업시설관리와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은 7월에만 10만1,000개 줄었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4만2,000개, 도소매업은 3만8,000개가 감소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소득 감소는 가구주와 기타 가구원을 중심으로 취업인원수가 18% 하락한 것이 원인”이라며 “가구주가 고용시장에서 탈락한 가구를 중심으로 (소득이 줄어) 1분위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 계속된 조선업·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내수 부진, 고용시장 둔화가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먼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영세 자영업자 중심으로 사업소득의 감소가 현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