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앤서니 보든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소방서장은 전날 법원에 버라이즌의 ‘갑질’을 폭로하는 서면 진술서를 보냈다. 진술서에 따르면 소방서는 버라이즌과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계약을 맺었지만 버라이즌은 소방서가 사용한 데이터 용량이 계약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를 들어 인터넷 속도를 200분의 1로 줄였다.
보든 서장은 인터넷 속도 저하로 지난달 말부터 3주간 총 40만에이커(1,618㎢) 이상의 산림을 파괴한 ‘멘도시노 콤플렉스’ 산불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소방서는 산불 초기 상태였던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느려진 인터넷 속도에 항의하는 e메일을 보냈지만 버라이즌은 “속도제한이 없는 상품에 가입하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든 서장은 “인터넷은 화재진압 차량과 소방헬기·소방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조직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며 “인터넷 속도가 전화연결 속도보다 느려지면서 소방관들은 자신의 개인기기를 사용해 통신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했다”고 주장했다.
■소방서 인터넷 속도 제한 왜?
트럼프 ‘망 중립성 원칙’ 폐지
22개주 정부에 압박강도 높여
미국 내에서는 버라이즌의 갑질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망 중립성 원칙’ 폐지 결정으로 초래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전기·수도 같은 공공재로 간주해 통신회사가 인터넷 콘텐츠를 함부로 차단하거나 속도를 줄일 수 없도록 규정한 것으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채택됐다. 망 중립성을 폐지하면 통신사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기관을 상대로 요금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제임스 윌리엄스 샌타클래라 카운티 정부 고문은 “버라이즌의 횡포는 망 중립성 원칙 폐지의 폐해를 나타낸 분명한 사례”라며 “인터넷 사업자가 공공 안전이 침해되는 상황에도 경제이익만 추구했다”고 꼬집었다. 망 중립성 폐지 철회를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낸 22개 주 정부는 이번 사건을 망 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는 증거로 활용해 연방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