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2R...끝날 기미 안보인다

美, 160억달러 中 수입품에 관세
中도 예고대로 동일 관세로 맞불
연준 "계속 땐 투자침체 부를 것"
반도체도 부과대상...인텔 등 타격


미국이 23일 0시1분(미 동부 현지시각) 예정대로 16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동등한 반격을 가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전날 시작된 실무급 무역협상이 추가 협의를 위한 원론적 합의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커져 세계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이 이날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관세가 발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6일 34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긴 바 있어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제품은 대중국 총 수입규모(5,000억달러)의 10%로 확대됐다.


중국도 예고대로 16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즉각 부과하며 맞불을 놓았다. 중국 상무부는 미 관세 발효 시점에 맞춰 낸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결연히 반대하며 부득이 계속 필요한 반격을 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자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번 관세부과 문제를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무역협상에 돌입했지만 무역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합의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회담이 마무리되면 양국은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는 원론적 내용의 공동선언문만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관세전쟁에 휘말린 품목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해 기업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가운데 앞으로 관세가 매겨질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는 의류·식료품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인플레이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과 기업투자 침체를 불러 경제성장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 반도체가 포함되면서 미국 인텔은 물론 한국·일본·대만 등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은 자유무역을 전제로 고도화된 공급망에 큰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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