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재정투입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그렇지만 이미 편성된 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마당에 무작정 재정을 늘린다고 일자리가 늘고 복지가 나아질지 의문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의 집행률은 32%에 불과하다. 세금투입 효과도 신통치 않다.
고용부가 올해 각 부처에서 요구한 일자리 사업 171건을 평가해보니 일자리 하나에 세금이 평균 2,800만원 투입됐다. 그런데 정부 알선 취업자 3명 가운데 2명은 1년 안에 그만뒀다. 복지 관련 예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명칭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사업에 세금을 더 퍼부을 경우 재정만 축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세수에 기댄 돈 풀기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당정은 세금이 잘 걷혀 확장적 재정을 해도 부담이 없다고 하는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금의 세수호황은 법인세 등 고소득·대기업 증세와 부동산시장 활황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무역전쟁 확산 등 악재로 기업 실적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규제강화로 부동산도 언제 꺼질지 모른다. ‘세수 낙관론’이 희망 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의 세수호황만 믿고 재정을 쏟아붓다가는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28일 제출되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일자리·복지를 핑계 삼아 끼워 넣은 불요불급 예산을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