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사진)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국방부가 올해 말 발간되는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 삭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우리 군도 그에 상응한 핵 억제 훈련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작업 실행에 나서지 않는 현 상황에서 국방백서를 수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우리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해온다면 국민적 동의가 어려울 것”이라며 객관적 근거에 기초한 협상 태도를 주문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를 새로 이끌게 된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에 확인해본 결과 국방백서 문구 삭제는 공식 추진이라기보다는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상호주의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작업을 지켜보면서 그 속도에 맞춰 국방백서를 수정해야지 우리가 먼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문구 삭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을 ‘적’이 아닌 ‘군사적 위협’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자유한국당은 “대북 기조에 맞춰 국군을 정치화·무력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국방위가 해결해야 할 현안 중 하나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꼽았다.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을 관철하고자 대폭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협정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며 수용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전날부터 서울에서 분담금 협상 6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전략자산 문제의 경우 한국뿐 아니라 태국과 필리핀 등을 거쳐 오는데도 우리에게만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객관적 근거를 놓고 협상하면서 필요하면 인상해주되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에 대해서는 “북측 GP가 남측보다 월등히 많은 만큼 단순히 1대1 개념이 아닌 상호주의 비례성에 맞게 철수 규모가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따른 보완입법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안 위원장은 “대체복무는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근무기간은 현역의 2배(36개월) 수준에서 합숙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중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자를 ‘지뢰제거’ 업무에 투입하자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인 만큼 대체복무요원에게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축했다. 기무사 계엄문건 늦장보고 등으로 경질설에 휩싸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안 위원장은 “어디까지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과거와 현재· 미래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지 특정 사건 하나만 갖고 쉽게 교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