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위험한 미래]달러 가치·글로벌 주가 폭락...新환율전쟁의 묵시록

■김영익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4년전 중국發 금융위기 경고한 저자
'미중 무역전쟁 → 금융전쟁' 예언
中 '부채 의한 성장' 임계치인데
관세갈등, 기업 구조조정 불붙여
韓 성장률까지 2%대 추락 가능성


미국과 중국이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진행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 간의 차관급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앞으로 더욱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양국은 협상 와중인 23일 160억 달러, 즉 약 18조 원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대해 추가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면서 화해는커녕 되레 전운을 고조시켰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은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중만의 전쟁이 아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위험 요소다. 지난 2014년 ‘3년 후 미래’라는 책을 통해 중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것임을 경고했고, 이것이 1년 후 현실화되면서 주목받았던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위험한 미래’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 발발에 이어 새로운 환율 전쟁이 시작될 것이며, 달러 가치와 글로벌 주가의 하락이 본격화할 것”임을 주장했다.



우선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면서 남긴 불씨로 인해 조만간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고 봤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전례를 보기 힘들 정도로 과감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대응했고, 그로 인해 몇 년 간 세계 경기는 좋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각 경제 주체가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현재 선진국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설 정도로 부실해졌고, 특히 중국 기업 부채는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실정이며, 결국 ‘부채에 의한 성장’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다시 말해 “2009년 중국은 연 9% 이상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중국의 경제는 이제 부실해졌고, 무역 전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저자는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가는 수순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미국이 대규모 관세를 통해 대중 수입을 규제한다면 중국 경제에 내재해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거세질 것이고, 초과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구조조정에 들어갈 대규모 공적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 매각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일단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 자금을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하겠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더 드러날 경우 미국 국채 매각을 통해서 조달할 수도 있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중국은 1조 1,819억 달러의 미 국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판다면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다. 중국의 미 국채를 매도로 미국 금리는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다퉈 미국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 역시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9년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수출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각각 1.6% 포인트, 0.5% 포인트씩 떨어진다. 2019~2020년 중국 경제가 기업 및 은행을 구조조정하면서 경제성장률이 4~5%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성장률도 1% 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제 성장률을 결정하는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2년에 걸쳐 2%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고, 이때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을 통해 중국에서 국부를 늘리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 셈”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1만6,5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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